불법파견 해소 위해 자회사 세워 채용…5천명은 이미 입사
2천명은 현대제철 직접 고용 요구하며 농성·집회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 진통…"직접 고용해라" vs "무리한 요구"
현대제철이 불법파견을 해소하기 위해 자회사를 세워 협력업체 근로자 7천여 명을 채용하기로 한 가운데 일부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 가운데 일부는 자회사 채용을 거부하고, 현대제철 직접 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또 다른 형태의 간접고용에 불과한 '꼼수'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반면, 이미 절반이 넘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자회사에 입사한 상황이어서 노사갈등 뿐만아니라 노노갈등도 커지는 양상이다.

◇ "협력사 직원 7천명 중 5천명 이미 자회사 채용"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다음 달 1일 협력업체 직원 고용을 위해 현대아이티씨 등 자회사 3곳을 공식 출범한다.

당진, 인천, 포항 등 사업장이 있는 지역별로 자회사를 세워 협력사 직원들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협력업체 직원 7천여 명 가운데 5천 명가량이 입사에 응해 채용 절차가 마무리됐다.

자회사 소속 직원들은 현대제철 정규직의 80%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되는데, 기존의 60%에서 대폭 상향된 수준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와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를 받아들여 지난달 6일 지분 100% 출자 자회사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이 아닌 대규모 민간 제조업체가 이런 방식으로 협력업체 직원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 진통…"직접 고용해라" vs "무리한 요구"
◇ 2천명 "직접고용" vs 사측 "명분 없어"…노노갈등 양상도
그러나 자회사 입사에 응하지 않은 직원 2천여 명은 "현대제철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들은 대부분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소속이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00여명은 전날 오후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내 통제센터를 기습점거했다.

현대제철은 경찰에 시설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전국금속노조도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성명에서 "고용부의 직접 채용 시정명령에도 사내하청 노동자를 인력 파견하는 목적으로 하는 자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꼼수"라며 "불법파견에 대한 처벌을 피하고, 민주노조를 파괴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조는 25일 당진제철소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노조 측은 "현대제철이 자회사 채용 요건으로 불법파견 소송 취하서 작성 및 부제소 동의서 작성을 요구한 것만 봐도 의도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제조업 최초로 자회사를 만들어 대폭 상향된 근로조건으로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소송 취하서 작성 요구를 한데 대해선 "채용까지 하는데, (직원들이) 소송을 낸다면 자회사를 설립할 이유가 없다"고 맞받았다.

김철희 경총 노사관계지원팀장은 "모기업 형태로 된 회사가 100% 내지는 일부를 출자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모자간 관계에서 영업과 사업을 완전히 분리해 다른 회사로 운영한다면 법리적으로 불법파견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지휘명령을 하거나 독립성을 무시할 경우 위장도급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만, 이런 여지가 완전히 차단된다면 적법한 형태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채용에 응한 직원 일부는 한국노총 소속이고, 반대하는 직원들은 민주노총 소속이어서 노노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또한 현대제철 정규직들 사이에선 비정규직의 정규직 고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국공(인천공항공사) 사태'와 비슷한 노노 갈등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