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언론중재법 등 쟁점 법안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주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들을 강행 처리할 경우 국회 파행이 다음달 정기국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4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사립학교법 개정안과 기후위기대응법 제정안 등 쟁점 법안들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어 25일 본회의를 열어 이 법안들을 모두 처리할 계획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언론 보도로 피해를 볼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기후위기대응법은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이유로, 사립학교법은 교육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은 ‘졸속 입법’ ‘과잉 입법’이라며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이들 세 법안에 반대했지만, 여당은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쳐 상임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야당은 여당이 법률안을 단독 처리하면 이를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중재법에 대해 “(상임위 처리 과정에) 국민의힘 안건조정위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했다”며 “법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달 가동하기로 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군홧발로 짓밟아놓고 무늬만 협의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이 진보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법 등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야당 몫의 상임위원장(7명)이 임명되면 쟁점 법안 처리가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치권은 민주당이 법안을 의석수로 밀어붙일 경우 야당이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없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절반 이상 의석(171석)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104석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은 여론전 등을 염두에 두고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필리버스터는 다수파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으로 의사 진행을 지연하는 제도다. 이런 필리버스터도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요구하면 24시간 후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있는 법 조항으로 무력화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지만, 민주당은 회기를 종료시킨 뒤 본회의를 다시 열어 법률안을 처리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