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뉴스1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뉴스1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고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가지고 묵묵히 역량을 다하다 보면 머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의 시름을 덜어드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로 취임 100일을 맞아 직원들에게 격려와 당부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는 정책 추진을 현재와 같이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노 장관은 "부동산 문제는 가장 엄중한 과제이며 민생의 문제를 넘어서는 양극화와 공정의 이슈"라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계획된 공급대책에 따라 도심 내 주택을 차질없이 공급하고 국민들의 수요를 세밀하게 살펴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의 주거사다리를 놓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정책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치 않다. 되레 정부와 여당이 추진했던 정책들은 철회 내지 수정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날만 해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기준은 상향됐다. 그만큼 세금은 완화될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기준을 주택 공시가격 '상위 2%' 대신 '11억원'으로 결정한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이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처리되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상정, 처리될 전망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강남구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6·17대책에서 나왔던 재건축 아파트의 '실거주 2년 의무' 조항은 지난달 폐지됐다. 최근 임대사업 세제혜택을 폐지에서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신뢰를 알아서 까먹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때문에 노 장관이 편지에서 '흔들없이 추진하자'는 정책은 '공급대책'에만 한정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에서의 평가다.

노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 사건과 관련 물러난 변창흠 장관의 뒤를 이었다. LH사태의 마무리와 각종 대책의 마무리 등 부동산과 관련된 막중한 책임을 떠맡게 됐다.

하지만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교롭게 이날 한국부동산원은 (16일 기준) 주간 아파트 시황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값 상승률이 5주째 최고치라고 발표했다. 2012년 5월, 통계작성 이래 최고 상승률이다. 올해 누적 상승률로 치면 10.67%가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5.13%)의 2.1배에 달한다. 서민들의 주거지역으로 꼽혔던 노원구는 20주 연속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상승한 지역구가 됐다.

노 장관이 강조한 공급대책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의 흥행과 2·4 대책 주요 내용의 법적 근거가 만들어진 점은 노 장관 이후의 성과물들이다.

그러나 신규택지 가운데 미발표된 13만1000호 입지와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 서울 택지 조성 방안들은 뚜렷한 성과가 나온 게 없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나 공공재개발 일부 후보지에선 반대하는 주민들이 단체 행동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임 변장관이 내놨던 2·4 대책에서 제시됐던 새로운 유형의 주택 공급방식인 공공기관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후속 입법이 완료되지 않았다.

조직에 대한 신뢰회복도 과제다. 노 장관 또한 이를 의식한 듯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LH 사태와 관련 "부동산 투기와 연루된 직원들이 한 명도 없었음에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거운 제약이 따르는 내부 혁신을 감내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다독였다. 이어 "그간 추진한 과제들을 점검하는 한편 현장 이행력 강화와 대국민 소통을 위해서도 노력해달라"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유연하게 정책적 대응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