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할인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의 환불 중단 사태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밥그릇 싸움’을 벌여온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은 측은 ‘머지 사태’ 재발을 위해 기관 간 이견이 있는 지급결제 부분을 제외하고 법안을 조속히 논의하자는 제안을 냈지만 금융위는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며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머지포인트 사태로 다시 불붙은 '전금법 개정 논란'
한은은 18일 머지 사태와 관련해 전금법 개정안을 조속히 논의해 소비자 보호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은은 입장문에서 “지급결제 관련 사항을 제외한 전금법 개정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관련 일부 조항은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전금법 개정안은 △선불충전금 외부예치 의무화 △고객 우선 변제권 부여 △내부 거래에 대한 외부 청산 △고객별 하루 이용한도 신설 등을 담았다. 개정안에 따라 머지포인트와 같은 선불충전금이 외부 기관에 예치됐더라면 이번 ‘머지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지급결제 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결제원이 금융위 관리 감독 대상에 새롭게 포함되면서 현 상위 기관인 한은 측이 거세게 반발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지급결제 제도는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해왔다. 이 같은 입장 차로 개정안은 9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그러다 머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코너에 몰린 한은이 전금법 개정안에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이란 평가다. 한은은 한발 더 나아가 결제액의 외부 예치 의무를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은 현재 소비자송금액의 100%, 결제액의 50%를 외부에 예치하도록 했으나 추가 상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반면 금융당국은 외부청산 등 주요 쟁점이 반드시 함께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탁금을 외부 예치하면 ‘폰지 사기’ 범죄는 막을 수 있겠지만, 분식회계나 장부 실종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이 장부 사본을 만들어 놓는 의무를 부여하고 개별 이용자의 환급 가능액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