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3월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QD 올레드 기반 TV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3월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QD 올레드 기반 TV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대형 패널인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올레드·OLED) 양산에 속도를 낸다. 프리미엄급 TV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TV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4분기 안에 QD 올레드 양산을 목표로 최근 시제품 생산을 마치고 고객사 몇 곳과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고객사는 연내 삼성 QD 올레드 패널을 탑재한 TV 완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는 곳들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2'에 QD 올레드 패널을 적용한 삼성 브랜드 TV를 선보인 뒤 내년 상반기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TV 시장에서 LG전자, 소니 등과 경쟁하기 위해 점찍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QD 올레드는 삼성 TV 사업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올레드 기반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제품이다.

QD 올레드는 백라이트가 빛을 내는 LCD와 달리 소자 하나하나가 낸 빛을 QD 화소가 받아 색을 재현하는 방식의 패널. 청색 자발광 소재(퀀텀닷)를 주요 광원으로 한다. 색 재현력과 명암비가 뛰어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2019년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으로 LCD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한편 전 세계 TV 시장에서 프리미엄급 제품 비중이 늘자 약 13조1000억원을 투자해 QD 올레드 패널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해 신기술 개발을 언급한 뒤 나온 패널이어서 업계에선 QD 올레드를 '이재용TV'라 부르기도 한다.
LG전자 올레드 TV.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 올레드 TV. 사진=LG전자 제공.
삼성이 대형 패널의 올레드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프리미엄급 제품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낮은 LCD TV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올레드 TV의 평균판매단가(ASP)는 2000달러가량으로 498달러인 LCD TV의 4배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65만대였던 전 세계 올레드 TV 시장은 올해 610만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TV 시장에서 올레드 제품 비중이 금액 기준으로 사상 처음 두 자릿수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매출액 기준 32.9%의 점유율로 전세계 TV 시장 1위를 차지했지만 라인업이 사실상 LCD TV가 전부다. 때문에 사실상 LCD 패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가격 횡포'에 수익성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TV 출하량은 1161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었다. 매출도 35% 증가한 10조679억원이었다. 그러나 이 기간 패널 매입에만 1조8624억원을 썼다. 전년 동기 대비 80% 급증한 수치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BOE·CSOT, 대만 AUO 등에서 TV용 LCD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반면 올레드 TV가 주력인 LG전자의 점유율은 19.2%까지 올라왔다. 점유율 수치 자체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상당한 격차로 우위에 있지만,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프리미엄급 올레드 시장에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TV 시장이 '반짝 호황'을 누린 게 LCD TV를 만들고 있는 삼성한테는 결과적으로 이득이 됐다"면서도 "TV 시장이 빠르게 프리미엄급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1위 사업자인 삼성이 수익성이 낮은 LCD TV를 계속 플래그십 모델로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