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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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에 117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170원선까지 오른 것은 작년 작년 9월29일(1171원20전) 후 11개월 만이다. 한국을 등지고 이탈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난 데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등의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외국인이 빠르게 이탈하면서 한국 금융시장이 출렁인 지난해 3월의 악몽이 일부 재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11시12분 현재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4원59전 오른(원화가치는 하락) 달러당 1173원49전에 거래 중이다. 환율은 3원 내린 1166.0원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반등해 1170원을 넘어선 후 상승폭을 키워갔다. 환율이 1170원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주(8월9~13일) 환율은 26원90전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이날 달러화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부각됐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달러가치를 밀어올렸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문 취업자수는 94만3000명 늘어나는 등 고용지표가 개선되자 Fed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은 올 가을에 테이퍼링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테이퍼링 발표 시점 전망을 내년 3월서 올 12월로 앞당겼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노무라 등도 올 12월에 테이퍼링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올 11월에 테이퍼링이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는 것도 안전자산 선호도를 높였다. 내년 대선을 의식하고 재정 씀씀이를 확대한 정부 조치와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의회·사법부와 갈등이 커지면서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폭락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이어진 것도 원화가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이달 둘째주(9~13일)에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주간 기준으로 최대인 7조450억원어치 물량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오전 11시 기준으로 4100억원어치를 순매도 중이다. 이날도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를 각각 2145억원, 28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작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내 자본시장이 출렁거렸던 흐름과 비슷한 흐름이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금 이탈이 이어진 데다 달러 선호도가 커지면서 지난해 3월 19일 환율은 1285원70전까지 치솟기도 했다. 작년 1월13일 1156원에서 두달 만에 130원가량 오른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 주식 매도 압력 이어진다면 1200원을 일시적으로 찍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