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물 세운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장 "일본에서 모욕적 편지도 쏟아져"
'영원한 속죄' 동상은 계속 그 자리에…진정한 속죄는 언제일까
지난해 7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를 닮은 남성이 소녀상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동상이 강원 평창군 한국자생식물원에 건립돼 큰 관심을 받았다.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永遠の贖罪)라고 이름 붙은 조형물을 두고 일부 언론은 이 남성을 일본 총리로 특정해 온라인상에서도 뜨거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조형물이 외교 갈등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제막식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로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남성은 여전히 고개 숙여 속죄하고 있을지 사비를 들여 조형물을 제작한 김창렬(73) 한국자생식물원장과 14일 얘기를 나눴다.

"틈나는 대로 동상을 쓸고 닦죠. 동상은 1년 전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
김 원장은 이제 조형물이 특별한 이슈가 아니라 식물원의 자연스러운 일부인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잠시 화제가 됐다가 관심이 식어버린 것이 아니라 지금도 관람객들이 꾸준히 와서 기념촬영을 하며 동상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일본 사람들도 종종 와서 사진을 찍을 정도다.

'영원한 속죄' 동상은 계속 그 자리에…진정한 속죄는 언제일까
극우 성향의 일본인이 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묻자 "편지가 왕왕 오는데 입에 담기 힘든 그림이 동봉되기도 했다"며 "조롱 담긴 편지를 모아뒀다가 기회가 되면 대중에 공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행히 김 원장을 향한 정치적 압박으로 피해를 받은 일은 없었다.

지난해 8월 보수 성향의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촉구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지난달 7일 식물원을 산림청에 기부했다.

하지만 '영원한 속죄'는 기부 목록에서 뺐다.

진정한 속죄를 받을 때까지 자신이 이를 오롯이 지키기 위해서다.

김 원장은 "다소 논란이 있는 조각상을 정부에서 부담스러워할 테고, 자칫 한 구석에 버려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기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동상을 지키며 깨끗이 닦아 빛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작품을 만든 왕광현 조각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진정성 있는 일본의 사과를 바라는 국민의 보편적 생각을 담아낸 작품"이라며 "아베와 닮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성찰 없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