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앤트그룹 본사. (사진 = 앤트그룹 홈페이지)
중국의 앤트그룹 본사. (사진 = 앤트그룹 홈페이지)
중국 주식, 더 정확히는 미국과 홍콩에 상장된 중국 플랫폼기업 주식에 투자한 투자가들은 맨붕에 빠졌습니다. 중국정부 당국의 플랫폼기업에 대한 제재가 멈추지 않고 연타를 퍼부으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시총 기준으로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50%가 인터넷 기업이다 보니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투자한 투자가들은 이른바 멘붕(멘탈붕괴)에 빠졌습니다.

2020년 11월 중국 금융당국은 공모자금 모집까지 끝낸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핀테크회사 개미금융(蚂蚁集团) 기업공개(IPO)를 중지시켰습니다. 지난 4월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플랫폼기업을 공개 소환하고 조사를 해 반독점법 위반으로 거액의 벌과금을 물렸습니다.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와 티몰 등에서 입점 상인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면서 182억2800만 위안(약 3조1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대해 각각 6건과 5건의 지분 인수를 불법으로 한 책임을 물어 각각 50만위안(약 8800만원) 벌금의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지난달에는 미국 상장을 한지 3일 만에 중국최대의 공유자동차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대해 네트웍보안법 위반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트럭공유자동차업체들도 같은 법을 적용해 조사를 하는 겁니다.
中 정부의 플랫폼기업 제재, 진짜 자책골일까 [Dr.J’s China Insight]
그리고 바로 가입자 100만명이상의 가입자를 가진 플랫폼기업의 해외상장시에는 금융감독원의 승인 외에도 인터넷 판공실의 승인을 받도록 해외상장절차를 변경했습니다. 중국 플랫폼기업의 해외상장에 가장 중요한 금융구조인 가변이익실체구조(VIE)의 적정성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발표도 함께 했습니다.

중국 인터넷기업이 미국에 상장한 이유는 상장요건 문제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왜 중국에서 상장을 하지 않고 미국시장에 주로 상장했을까요? 이유는 지분구조와 상장요건 때문입니다. 인터넷 기업은 초기에 대규모 자금이 투자되지만 가입자가 일정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적자 상황이고 가입자가 늘면 서버 등 데이터처리 저장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자금이 항상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런 적자기업에 투자할 중국개인이나 기관이 별로 없었습니다. 자금이 부족한 창업자는 자금을 주로 해외 투자가를 통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했고, 때문에 1대주주의 지분율은 50% 이하로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경영권이 위협 받게 되면서, 재주는 창업자가 부리고 돈은 투자가가 버는 형국이 나옵니다.

해법은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에 차등 의결권제도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창업자 지분이 11%에 불과하지만 창업자에게는 1주당 5개의 의결권을 주고, 일반주주는 1주의 의결권을 주는 차등 의결권제도를 도입하면 창업자는 11%지분율이지만 55%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증권거래소는 이런 차등 의결권제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또 적자가 난 기업은 상장조건을 맞추지 못합니다. 그래서 인터넷기업은 중국 본토에 상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적자가 나도 비즈니스 모델만 좋으면 상장이 가능하고 차등 의결권제도를 허용하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것입니다.

이런 구조로 외자를 통해 자금 조달하고 상장을 했기 때문에, 예를 들면 알리바바의 최대 지분 보유주주는 일본의 소프트뱅크(Softbank)이고, 텐센트의 경우 남아공 네스퍼스의 자회사 프로서스(Prosus)입니다. 그리고 중국은 인터넷시장이 개방되어 있지 않아 외국인이 인터넷회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쓴 꼼수가 가변이익실체구조(VIE)입니다.
알리바바 대주주 소프트뱅크와 텐센트 대주주 네스퍼스 (자료 = google)
알리바바 대주주 소프트뱅크와 텐센트 대주주 네스퍼스 (자료 = google)
가변이익실체구조(VIE)는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이 회사가 중국내 자회사를 만들고 외국자본은 이 회사를 통해 지분투자가 아닌 대출을 해주고 대신 경영계약과 지분인수계약을 통해 실질적으로 중국내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외국자본이 본토기업에 대출해주고 지분을 담보 잡는 '주식담보대출'을 해주는 구조입니다.

중국이 플랫폼기업 제재를 한 이유는?

서방 언론에서 알리바바는 창업자인 마윈의 가벼운 입이 설화를 불렀다고 하고, 중국당국이 세계적인 플랫폼기업을 죽이는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심지어 마윈의 실종설, 지분국가 헌납설이 돌고, 미국에 갓 상장된 디디추싱의 상장폐지설도 난무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정말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게임, 모빌리티회사로 부상한 중국 플랫폼기업을 죽이는 자책골을 넣은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요? 중국의 상황을 짚어 보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가능성이 큽니다.

첫째, '새장경제론'입니다. 중국은 공유제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모든 기업과 조직은 국가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새장 밖으로 나가는 새나, 새장보다 커진 새는 통제합니다. 중국의 플랫폼기업은 미국의 플랫폼기업에 버금가는 규모로 커졌고 새장 밖으로 나갈 움직임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새장경제론 (자료 = utube, cec)
새장경제론 (자료 = utube, cec)
둘째, 중국은 인터넷시장이 개방되어 있지 않습니다. 규제를 하든 제재를 하든 시장은 그대로 있고 점유율이 업체 간에 달라질 뿐입니다. 외국기업에 국부가 유출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잡은 고기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강하게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입니다.

셋째,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입니다. 알리바바 자회사 개미금융(蚂蚁集团)을 제재한 이유는 개미금융의 수익의 63%가 저 신용의 일반인에 대한 고리대금업이었습니다. 예금기능이 없는 핀테크회사가 대출채권을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만들어 무한대로 자금조달해 대출을 일으키는 중국판 서브프라임 사건인데, 개미금융(蚂蚁集团)은 핀테크회사였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다가 IPO 과정에서 들통이 난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금융사각지대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급하게 IPO를 중지시키고 공모자금 환급을 했습니다. 개미금융은 자본금의 200배가 넘는 대출을 실행했고 만약 신용경색이 일어나 저 신용자의 대출상환이 어려워진다면 GDP의 3%가까운 대출이 부실자산이 될 처지였습니다.

넷째, 데이터 안보문제입니다. 지금 중국의 플랫폼기업은 14억 인구 중에 회사당 4억~12억명의 가입자를 가진 정부를 넘어서는 거대한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데이터가 해킹된다면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 민간기업들의 네트워크와 데이터 보안의 수준은 낮은 편입니다. 디디추싱의 경우 국가주도의 정밀지도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고 이 기업의 정보가 유출되면 유사시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플랫폼기업 제재는 미중전쟁을 대비한 고단수 전략

최근 3년간의 미중 전쟁의 과정에서 중국의 대응과 미국의 반응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3년간 공격했지만 중국에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고, 이젠 미국 단독이 아닌 동맹으로 공격해야 할 정도로 중국이 커졌다는 사실을 다시 봐야 합니다.

미국은 '힘으로 공격'하고 중국은 '시간으로 방어'를 합니다. 미국이 강한 것은 틀림없지만 4년마다 표심에 목숨 거는 정치시스템 때문에 중국 공격에 구조적 약점이 있습니다. 중국은 일당독재의 특징인 국가자원 총동원령을 내릴 수 있는 사회주의의 강한 사회통제력이 있고 정책을 일관성 있게 장기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을 잘 봐야 합니다.

중국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판단하면 실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세계인구의 5분의1을 통제하고 세계 2대 경제권으로 올라선 중국 정부의 정책을 가십성이나 일과성 혹은 후진국 정부의 뒤쳐진 정책실행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중국의 플랫폼기업의 제재는 알 낳는 암탉을 잡아먹는 자책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중국 공산당, 그리 어리석지 않습니다. 중국의 플랫폼기업 제재에 반독점범, 국가보안법, 네트웍보안법, 데이터보안법을 적용하는 진짜 이유는 중국기업 죽이기가 아니라 미중 전쟁에 대비한 사전 포석입니다.

최근 3년간의 미중 전쟁에서 보았지만, 제조업과 무역업에서는 미국은 중국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갖는 분야는 서비스업 분야입니다. 바로 금융과 인터넷서비스입니다. 미국이 지금은 무역전쟁,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 둘을 무기로 진짜 중국에서 하고 싶은 것은 서비스시장을 개방하게 만들어 중국 돈을 털어 가는 것입니다.

그간 미국의 경제전쟁을 보면 미국은 거지를 털지 않습니다. 1980년대 일본, 1990년대 2000년대 중동을 턴 이유는 당시 전세계 달러가 거기에 모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지금 전세계달러는 중국에 모여 있습니다. 3조2000만달러의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미국이 진짜 노리는 것입니다.

금융시장 개방과 인터넷시장의 개방이 미,중전쟁으로 종착역입니다. 지금 중국의 플랫폼기업이 폼을 잡고 있지만 정부가 만들어준 만리장성의 보호 아래의 얘기일 뿐입니다. 정부의 보호아래 자란 나약한 중국 플랫폼기업들, 시장이 개방돼 세계 최강인 미국의 플랫폼기업과 맞붙었다 하면 한방에 나가 떨어지고, 거대한 정보와 데이터가 미국으로 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결국은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약자인 중국, 인터넷서비스시장에서 세계 최강인 미국기업에 다 털릴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노력이 바로 중국 플랫폼기업에 먼저 반독점범, 국가보안법, 네트워크 보안법, 데이터 보안법을 적용해 보는 것입니다.

중국 기업에 적용해 훈련시켜 면역성 키우는 것이고, 시장개방으로 미국 기업이 들어왔을 때 지금 중국의 플랫폼기업을 때려 잡듯이 미국기업에도 반독점범, 국가보안법, 네트웍보안법, 데이터보안법의 굴레를 씌우면 한방에 잡아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가가 속락한 중국 플랫폼기업의 미래, 아직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중국정부의 플랫폼기업 길들이기, 단련 시키기 과정은 ①공개소환→②위반조사→③벌금부과→④시정조치→⑤사업모델 변경의 5단계를 거칩니다. 반독점법의 경우는 4단계왔지만 네트웍과 데이터보안은 아직 2단계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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