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추진 중인 과제 절반 이상이 법 절차를 무시하거나 민간 기업 경영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사안인 것으로 분석됐다. ‘을(乙)’을 위해 일하겠다며 출범한 을지로위가 노조 민원을 처리하는 ‘해결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업들은 “부당하다”면서도 후속 조치가 두려워 속앓이만 하고 있다.

10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원 과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을지로위는 희망연대노조, 금속노조, 건설노조 등을 비롯해 각종 조합 및 연합회에서 받은 33개 민원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과반은 노조 요구를 일방적으로 관철하기 위해 노사 간 중재 역할을 넘어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는 건들이다.

을지로위는 SK브로드밴드에 하청업체 직원을 직고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청업체가 직원들을 지방으로 발령내자 희망연대노조 등이 “부당 전보”라며 을지로위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 전보가 아니다”는 결정을 받은 사항이다. 9월 열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을지로위는 전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의 민원을 받아 손해보험사 등에 보험정비료 인상도 압박하고 있다. 보험정비료는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서 결정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앞서 을지로위는 LG 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이 법적 의무가 없는 종전 하청업체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도록 했다. 편의점 CU와 GS25에는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폐업할 수 있는 희망폐업제와 편의점 최저수익보장제 확대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또 가맹점주협의회 등의 요구를 받아 고객 전화번호와 주문 횟수 등의 정보를 배달의민족이 점주들에게 넘기도록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을지로위가 다양한 경로로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아무 말 못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성상훈/전범진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