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마친 선수들/사진=AFP
2020 도쿄올림픽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마친 선수들/사진=AFP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일부는 구토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내 코치진들이 달려들어 선수들을 부축했다.

지난 26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트라이애슬론 결승전이 끝난 후의 광경이다. 여러 선수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에 오다이바 해상공원의 수질, 무더운 날씨 등이 경기를 진행하기에 무리가 아니었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야후스포츠의 칼럼니스트 댄 웨트젤은 당시의 상황을 '전쟁터'에 비유했다. 그는 "일본올림픽조직위가 날씨에 대해 거짓말했고 선수들이 그 대가를 치렀다"면서 "남자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기온이 30도에 달했고 습도는 67.1%였다"고 지적했다.

웨트젤은 일본 측이 '온화하고 맑은 날이 이어지는 이 기간은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에 이상적'이라며 하계 올림픽 개최를 추진했지만 실상을 달랐다고 꼬집었다. 웨트젤은 "그들은 날씨에 대해 거짓말했다.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오다이바 바다의 수질 및 악취를 지적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4일 "올림픽 개막이 임박했지만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열리는) 도쿄 야외수영장 악취가 진동한다"며 "2년 전에도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이 정한 대장균 기준치를 맞추지 못해 대회가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오다이바 해상공원은 2019년 수질 악화로 인해 예정됐던 트라이애슬론 테스트 경기가 취소된 바 있다. 당시 오다이바 해상공원의 대장균 수치가 국제 트라이애슬론연맹이 정한 기준치를 넘어서면서 주최 측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폭스미디어의 스포츠 채널 폭스스포츠 역시 지난 19일 '똥물에서의 수영, 올림픽 개최지 하수 유출의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쿄만의 수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의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반면 일본은 수질과 수온 등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26일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이날 오다이바 해변 공원에서 열렸다"며 "도심 하천이 흘러드는 오다이바 바다는 준비 단계에서 악취와 높은 수온이 문제 됐지만, 이날 수질과 수온 모두 기준치에 적합해 무사히 경기가 실시됐다"고 전했다.


날씨 외에도 경기 진행 또한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수영 코스에 입수했던 선수들이 보트에 길이 막혀 다시 출발선에 서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던 것. 당시 출발 시간 정각에 맞춰 출발 신호가 나왔지만 주최 측 보트가 수영 코스 위에 떠 있어 참가자 50여명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이미 입수했지만 다시 밖으로 나와야 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노르웨이의 크리스티안 블룸멘펠트(27)가 1시간45분04초를 기록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은메달은 영국의 알렉스 이, 동메달은 뉴질랜드의 헤이든 와일드가 획득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