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전 국민 기본소득’을 공식 공약으로 내놨다. 집권하면 임기 안에 모든 국민에게 해마다 100만원을 나눠주되, 청년에게는 연간 200만원씩을 기본소득 명목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야권은 물론 이낙연·정세균·박용진 예비후보 등 더불어민주당의 다른 경쟁자들이 모두 반대·비판하는 이슈여서 당 차원의 공약이 될지 주목된다.

당내에서조차 비난에 가까운 문제 제기가 거듭됐지만 이 지사는 기본소득에 유난히 집착해왔다. 어제 공약 발표에서는 ‘지역화폐로 지급’ 등 방법론과 함께 국토보유세·탄소세 부과 같은 재원마련 방안까지 제시한 것을 보면 기본소득에 대한 집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국토보유세 주장의 위헌적 발상과 또 한 번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안길 탄소세의 문제점은 차치하더라도, 막대한 예산을 억지로 조성해 월 8만3330원을 주겠다는 것을 보면 기본소득의 본질과 핵심, 취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부터 강한 의구심이 든다.

기본소득은 국민에게 ‘용돈’을 나눠주자는 게 아니다. 기존 복지의 연장은 더욱 아니다. 여러 논변이 있지만, 저소득층 소득보전을 늘려 격차와 양극화 해소를 도모하고 사회 구성원의 최저생계를 유지하면서 자립·자활을 유도하자는 게 기본소득이다. 당연히 복잡다기한 복지 구조조정이 선결 과제이며, 이 지사 주장처럼 향후 확대에 대비한 중장기 재원마련까지 현실성 있게 수립돼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성공한 사례가 없다. 안 그래도 한국은 정책에 의한 소득분배 개선 효과가 매우 낮아 실효성 검증도 필수다.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이런데도 용돈 수준도 못 되는 금액을 ‘전 국민 일괄지급’ 하겠다니 효과가 미미했던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의 숱한 문제점은 벌써 잊은 건가, 외면하는 건가.

정치권이 선거 때 퍼주기로 속된 말로 재미를 봤다 해도, 복지체계 근간을 흔들 정도의 공약이면 도입하려는 제도의 본질에 입각해야 한다. 숙성시켜 현실성 있게 구체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후보 눈에는 집권 5년뿐이겠지만, 잘못 박힌 대못은 수십 년간 국민에 고통을 안기면서 미래세대 희망까지 빼앗는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어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종전 2.5%에서 2.3%로 낮추면서 ‘정부규제’와 ‘노동시장 경직성’이 문제라고 적시했다. ‘일관성 없는 규제가 한국 시장의 문제’라는 쓴소리도 미국 국무부에서 나왔다. 나라를 이끌겠다면 이런 현안과 구조적 난제를 중심으로 미래와 성장 방안을 먼저 말해야 한다. ‘기본배급’ 수준의 현금 살포는 저소득층 자립에 도움도 안 된다. 대선주자쯤 되면 물고기 잡는 법을 제시하며 그런 환경을 만들겠다는 건설적 공약부터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