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세번째, 대규모 개발·축구장 건립 계획에 "가치 훼손"…영국 정부 반발
리버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격박탈…"축구장건립 등 우려"(종합)
영국 리버풀이 훼손과 축구장 건설을 포함한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격을 박탈당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1일(현지시간)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개최한 제44차 회의에서 '리버풀, 해양산업 도시'를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중국이 올해 의장국을 맡은 WHC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세계유산 지정 지역 안팎에서 이뤄진 개발로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는 속성이 돌이킬 수 없이 손실됐으며 진정성과 온전함이 현저히 사라졌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표결 결과 대표단 13명이 찬성하고 5명이 반대하면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는 가결 요건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전 세계를 휩쓴 슈퍼스타 비틀스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리버풀은 18∼19세기 세계 무역 중심지로서 역사적 중요성과 건축학적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받아 2004년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됐다.

그러나 2012년 유네스코가 '위험에 처한 도시' 목록에 올린 이후 세계문화유산 지위가 위태로워졌다.

유네스코가 가장 크게 우려해온 부분은 50억 파운드(약 7조9천억원)를 들여 리버풀 수변구역 60헥타르(18만)에 고층 건물들을 세우는 '리버풀 수변 개발 프로젝트'다.

브램리무어 부둣가에 에버턴 축구 경기장을 신설하는 계획이 문화유산 보존을 우선시하는 단체들의 반대에도 올해 초 승인된 것도 유네스코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자격 박탈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7년 밀렵과 생태서식지 파괴로 오만의 '아라비아 오릭스 보호구역'의 자격이 취소됐고 2009년 4차선 다리가 건설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이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잃었다.

이번 결정에 영국 정부와 시 당국은 반발했다.

영국 정부는 리버풀이 "여전히 세계유산 지위를 가질 만한 자격이 있다"면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조앤 앤더슨 리버풀 시장은 유네스코 담당자들이 도시를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 10년이 지났다는 점을 들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이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지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온라인으로 병행해 열렸다.

리버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격박탈…"축구장건립 등 우려"(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