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개막 연기해 완성한 흥미로운 무대…불꽃 튀고 공중부양도
유쾌함 가득한 저세상 판타지…뮤지컬 '비틀쥬스'
뮤지컬 '비틀쥬스'가 드디어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했다.

당초 지난달 18일 막을 올리려 했지만, 기술적 문제로 두 차례나 개막이 연기됐던 작품이기에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컸지만 이날 실제 무대는 원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판타지 세계로 꾸며진 화려한 무대는 눈길을 끌었고, 배우들의 신나는 노래와 춤은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다.

'비틀쥬스'는 1988년 제작된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98억 년을 살아온 외로운 유령 비틀쥬스와 세상을 떠난 엄마를 찾아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소녀 리디아,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령이 된 아담과 바바라 부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쾌함 가득한 저세상 판타지…뮤지컬 '비틀쥬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변화무쌍한 무대. 주요 배경인 유령 부부의 낡은 집은 리디아의 가족이 이사를 오며 세련된 도시풍으로 변화하고, 비틀쥬스가 장악했을 때는 으스스한 유령의 집으로 탈바꿈한다.

또 다락방과 침실은 종이접기를 하듯 서로 이어지고 펼쳐지며 관객을 판타지 세상으로 이끈다.

특수효과도 볼거리다.

비틀쥬스가 손가락을 까딱하면 조명에서 불꽃이 튀고, 벽난로에 불이 붙는다.

리디아와 바바라는 허공에 떠오르기도 한다.

여기에 화려한 조명은 공포 또는 코미디 장면, 등장인물의 연기나 표정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흉측한 모습의 거대한 모래 벌레, 머리가 쪼그라진 유령 등 원작 영화에서와 똑같이 구현한 퍼펫도 등장해 판타지 세계를 완성한다.

유쾌함 가득한 저세상 판타지…뮤지컬 '비틀쥬스'
배우들의 노래와 대사는 무척 빠르다.

여기에 맞춰 춤을 추고 연기도 해야 한다.

비틀주스 역을 맡은 배우 유준상은 지난달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공연"이라며 준비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막이 미뤄진 만큼 연습 기간이 길었던 탓인지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춤은 흠잡을 곳이 없어 보였다.

이날 한국인 최초로 비틀쥬스 역을 연기한 정성화는 특유의 코믹한 연기와 노래, 춤을 선보이며 기괴하면서도 독특한 유령에 완벽하게 빙의했다.

리디아 역 홍나현은 천장을 뚫을 듯한 고음의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만 빠른 노래 가사와 대사에 집중하다 보면 자칫 쇼뮤지컬이 주는 즐거움을 놓칠 수 있다.

다음 달 7일까지 공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