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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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가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6월3일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집값이 고점에 근접했다며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여기에 한국은행도 가세합니다. 지난 6월22일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집값이 고(高)평가됐다며 대내외 충격을 받으면 대폭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다급했다고 생각했는지 경제부총리는 6월30일 또 다시 막연한 불안감으로 추격 매수를 하기보다는 수요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심지어 7월2일에는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만나기까지 합니다.

사실 정부에서 집 값 고점과 하락의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김현미 前 장관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집값이 너무 높다는 등 가격에 개입하는 의견을 말한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은 만성적인 공급부족과 규제로 인한 매물 잠김, 전세 난 등 최악의 부동산정책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신뢰는 바닥 수준입니다.

신뢰만 잃었을까요? 현 정부 집권과 함께 정부의 말을 듣고 집을 파신 분들은 벼락 거지가 되어 상대적 박탈감에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생활을 보내는 중입니다. 무주택자분들은 서울에서 밀려나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당의 경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을 따지느라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은 물 건너 간 듯합니다.

정부의 경고는 일견 타당한 듯도 합니다. 현재의 집값이 정상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죽 답답하면 저럴까'라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공포마케팅은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공포마케팅은 가장 효과적이며 강력한 마케팅의 한 수단입니다. 인간은 결핍과 불안을 자극하면 움직입니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딱 한 채 남았다는 말을 들으면 매입 의사가 없는 분들도 불안해하면서 사야하는 게 아닌가 초조합니다. 일반 마케터(marketer)들의 이야기에도 사람의 심리가 움직이는데 국토부장관,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 관련된 정부 기관의 수장들의 이야기에는 더 크게 반응할 겁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집값이 오른다거나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잘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집값의 동향을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여러 부동산 지표를 들면서 상승의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하는 정도이지요. 왜냐하면 한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부동산 전문가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관련된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즉 신뢰의 문제가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거듭되는 정부기관 수장들의 틀린 예언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본청약을 정상적으로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사전청약이라는 신박한 방법을 쓰는 이유는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기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행동이 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계속된 정부의 실언과 과장된 경고가 실패할 때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겁니다.

주택수요자들은 부동산정책에 있어서는 현 정부에 대해 실망이 상당히 큽니다. 따라서 경제부총리나 국토부장관에 대한 기대는 크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조금 다르게 볼 가능성이 큽니다.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하는 중앙은행이 집값과 금리 정상화를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위험합니다.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도 어렵게 성과를 올리고 있는 기업들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는 생각은 나라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겁니다.

서울아파트 가격이 17% 올랐다고 정부는 주장하면서 공시가격은 86%나 올렸습니다. 4년 동안 17%밖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았는데 왜 떨어질 걱정을 할까요? 어떤 통계인지는 모르겠지만 틀린 데이터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는 부동산을 자꾸 정치와 연결시키다 보니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지는 모순을 저지르는 중입니다. 참고로 미국의 주택가격은 5월 한달 동안만 14.6%가 올랐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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