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진다"…정부의 위험한 공포 마케팅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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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실 정부에서 집 값 고점과 하락의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김현미 前 장관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집값이 너무 높다는 등 가격에 개입하는 의견을 말한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것은 만성적인 공급부족과 규제로 인한 매물 잠김, 전세 난 등 최악의 부동산정책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신뢰는 바닥 수준입니다.
정부의 경고는 일견 타당한 듯도 합니다. 현재의 집값이 정상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죽 답답하면 저럴까'라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공포마케팅은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공포마케팅은 가장 효과적이며 강력한 마케팅의 한 수단입니다. 인간은 결핍과 불안을 자극하면 움직입니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딱 한 채 남았다는 말을 들으면 매입 의사가 없는 분들도 불안해하면서 사야하는 게 아닌가 초조합니다. 일반 마케터(marketer)들의 이야기에도 사람의 심리가 움직이는데 국토부장관,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 관련된 정부 기관의 수장들의 이야기에는 더 크게 반응할 겁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거듭되는 정부기관 수장들의 틀린 예언은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뜨립니다. 본청약을 정상적으로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사전청약이라는 신박한 방법을 쓰는 이유는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기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행동이 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계속된 정부의 실언과 과장된 경고가 실패할 때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겁니다.
주택수요자들은 부동산정책에 있어서는 현 정부에 대해 실망이 상당히 큽니다. 따라서 경제부총리나 국토부장관에 대한 기대는 크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조금 다르게 볼 가능성이 큽니다.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하는 중앙은행이 집값과 금리 정상화를 연관시켜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위험합니다.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도 어렵게 성과를 올리고 있는 기업들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다는 생각은 나라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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