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스폰서 검사’ 사건의 당사자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된 이모 부부장검사(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경찰이 수사하게 되면서 전·현직 검사들의 비위 혐의가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에 의해 파헤쳐지게 됐다. 법조계에선 “공수처든, 경찰이든 조직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사건에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 전 부장검사 사건을 지난달 중순 공수처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전 부장검사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라며 “검찰은 수사준칙 18조 2항에 따라 해당 사건을 공수처에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직접수사에 나설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사건은 ‘김 전 부장검사가 박모 변호사로부터 2016년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골자다. 앞서 김 전 부장검사는 고교 동창이자 ‘스폰서’인 김모씨의 뒤를 봐주고 수년간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로 2018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당시 “박 변호사로부터도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는 무혐의로 종결돼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직 검사인 이 부부장검사가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사건은 경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 검사 사무실을 지난달 23일 압수수색했는데, 경찰이 현직 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부부장검사 소환조사 날짜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 역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검사 금품 수수 의혹의 핵심은 대가성 여부를 입증해 내는 것이다. “전·현직 검사가 연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던 만큼 경찰과 공수처가 존재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가성이 입증되는 순간 청탁금지법이 아니라 형법 129조의 뇌물죄 사건으로 비화하게 된다”며 “뇌물죄는 청탁금지법에 비해 형량이 매우 무겁다”고 설명했다.

남정민/최다은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