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대작 시장 견인…코로나19 확진자수 관계없이 매출 증가세
해외 클래식 아티스트 내한 잇달아 취소…하반기 전망은 엇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했던 공연계가 서서히 살아나는 모양새다.

정상 궤도 도달까지는 멀었지만 공연계 상반기 매출액은 장르 전반에 걸쳐 작년 같은 기간보다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공연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증가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완화하면 시장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여행수요 폭증 등 변수로 인해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 공연계 매출 서서히 증가…뮤지컬 대작 시장 견인
2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공연 시장 매출액은 1천169억원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작년 상반기 매출 980억원보다 19% 증가한 수치다.

월별 매출은 1월 37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2월 169억원으로 증가했고, 3월 209억원, 4월 231억원, 5월 265억원, 6월 257억원을 기록했다.

공연계는 작년 12월 본격화한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지난 1월까지 사실상 '셧다운' 상태였다.

하지만 2월부터 공연장 좌석 운용이 '좌석 한 칸 띄어앉기'에서 '동반자 외 한 칸 띄어앉기'로 완화되며 매출이 점차 증가했다.

공연 시장을 이끈 것은 뮤지컬이었다.

장르별 매출은 뮤지컬이 912억원으로 전체의 78%를 차지했고 연극(117억원), 클래식(107억원), 무용(17억원), 오페라(9억원), 국악(4억원)이 뒤를 이었다.

공연계에 따르면 '위키드', '시카고', '드라큘라' 등 대형 작품들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시장을 견인했다.

1천석 이상 대극장 공연 뮤지컬의 매출은 758억원이었다.

클래식은 주요 해외 아티스트 내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된 상황에서도 매출이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 매출은 28억원이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주요 오케스트라와 각종 단체는 막판에 협연 등 출연진을 교체하거나 다른 공연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통영국제음악제와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등 주요 음악제에서도 연주자의 코로나19 확진과 자가격리 등 문제로 해외 연주자의 내한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연주자 중심으로 무대가 진행됐다.

◇ 코로나19 확진자 수 관계없이 매출 늘어
주목할 것은 공연계 매출이 3차 대유행이 끝난 2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제공한 '코로나19 시대, 관객 소비 변화'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기에 매출이 대폭 줄었고, 안정기에도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는 일평균 확진자 수가 1, 2차 대유행기보다 많았음에도 매출이 늘어났다.

일평균 확진자 수는 지난해 1차 대유행기(2.18∼4.19) 174명, 2차 대유행기(8.16∼10.11) 168명이었고, 올해는 2월 1일∼4월 17일 473명, 4월 18일∼6월 27일 584명으로 집계됐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이는 억눌렸던 공연 관람 욕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라며 "이전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위기감으로 모두 조심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공연 주관사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공연장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고, 충성도 높은 관객이 돌아왔으며, MZ세대가 '보복 소비'의 하나로 공연을 선택하면서 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은 맞다"면서도 "객석의 70%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지금은 겨우 숨통이 트인 정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엇갈리는 하반기 전망…빠른 회복 vs 예측 불가
하반기 전망은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빨라지고, 뮤지컬 대작과 신작이 개막하며 공연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반기 뮤지컬 신작으로는 유준상·정성화 주연의 '비틀쥬스', 토니 어워즈 8관왕과 그래미 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을 받은 '하데스타운'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 '광화문연가', '헤드윅', '엑스칼리버', '빌리 엘리어트' 등 흥행이 검증된 작품들도 기대를 모은다.

클래식에서는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프라하 필하모니아, 브레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내한 공연이 주목된다.

문제는 성사 여부다.

대규모 편성 등이 필요한 오케스트라 연주 특성상 해외 공연 시 이동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내한이 불가능하다.

박병성 공연 칼럼니스트는 "뮤지컬의 경우 제작사들이 신작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완전 정상화는 힘들겠지만 코로나19가 안정화돼 객석이 100% 열리면 공연 시장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상화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한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공연 시장 전체적으로 매출이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코로나19가 꺾이지 않고 있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 여행 수요 폭증 등 변수가 있어 하반기 시장 전망은 예측 불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