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 확대회의서 해임 추정되는 '軍서열 1위' 리병철 겨냥한 듯

북한이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고위 간부들을 줄줄이 해임한 데 이어 노동신문을 통해 간부들의 공로나 직위와 무관하게 당에 충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다그쳤다.

고위간부 기강 잡는 북한…"직위·공로 어떠하든 늘 통제받아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일군(간부)과 혁명적 수양' 기사에서 "혁명 연한이 어떻든 직위와 공로가 어떠하든 모든 일군들은 언제나 허심한 태도와 자세에서 늘 당정책으로 무장하고 당 조직의 통제를 받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의 사상과 능력도 변한다"며 "간부가 된 것을 타고난 팔자처럼 여기면서 당성 단련을 게을리하고 혁명화 불도가니에 스스로 뛰어들지 않는다면 사상적으로 부패 변질해 나중에는 당도 인민도 몰라보는 반당 반혁명의 길로 굴러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대내외 어려움이 커진 현재 상황을 언급하며 간부들의 사상 단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사상 초유의 시련과 난관을 맞받아 헤치며 우리의 혁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준비된 일군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 중앙의 사상과 의도를 목숨을 내대고 무조건 철저히, 헌신적으로 집행해나가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고위간부 기강 잡는 북한…"직위·공로 어떠하든 늘 통제받아야"
이는 공적을 많이 쌓은 고위 간부라고 하더라도 당의 지시를 철저히 이행하지 않으면 언제든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특히 최근 해임된 것으로 보이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리 부위원장은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 주역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받아 지난해 국무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줄줄이 꿰차고 군 원수로 파격 승진하는 등 초고속으로 출세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간부들의 무능과 무책임 탓에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며 간부 혁명을 촉구하는 동시에 문책성 인사를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 사진과 영상을 보면 확대회의 주석단에서 군 서열 1·2위인 리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은 회의 도중 거수 의결에 참여하지 못했고, 최상건 당 비서가 앉았던 주석단 자리도 중반에 비워졌다.

이 때문에 이들 3명이 문책 대상이 된 것으로 짐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서 국경봉쇄를 이어가는 가운데 식량난과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군부대 식량과 '2호미'(전쟁 예비식량)를 풀라는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탓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몇 년 간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벌인 데 이번에는 고위 간부들까지 한껏 옥죄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확대회의 내용을 보도하며 "인덕 정치와 포용 정책은 결코 간부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며 "일하는 흉내만 낼뿐 자리 지킴이나 하는 간부들을 감싸줄 권리가 절대로 없다"고 강조, 간부들에 대한 강한 통제와 단호한 처벌 원칙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