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미 高大 교수, 윤석중 '조선동요백곡집' 개작 분석
"납북·월북 동요작가들, 남북 동요집서 모두 외면"
식민지 시기 창작된 납북·월북 아동문학 작가들의 동요가 남북 양쪽에서 외면당해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학계에 따르면 강영미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지난달 학술지 '민족문화연구'에 발표한 논문 '홍난파의 조선동요백곡집의 개사 양상 연구'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 교수의 논문은 '창작 동요의 아버지'로 불리는 윤석중(1911∼2003)이 주도한 1960년대의 식민지 동요 개사 작업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 것이다.

논문을 보면 난파기념사업회는 1964년 발족과 함께 작곡가 홍난파(1898∼1941)의 '조선동요백곡집'(1929·1933)을 '난파 동요 100곡집'으로 개작해 재발간했다.

당시 사업회는 동요집에 "그대로 부를 수 없는 노랫말 34편"이 있다며 윤석중에게 개사를 맡겼다.

강 교수는 "두 판본을 대조해본 결과 수정된 동요 34편 중 납북·월북 작가의 작품이 모두 21편이었다"면서 "개사 의뢰 목적은 납북·월북 작가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옥수수 하모니카'는 월북 작가 윤복진의 '하모니카'를 고친 작품이다.

원곡 가사에서 하모니카를 독점하는 오빠의 욕심이라는 내용이 빠지고 대신 아기가 옥수수를 가지고 노는 익살스러운 묘사가 들어갔다.

'은행나무 아래서'('가을'로 변경)나 '무명초'('저쪽'으로 변경) 등 윤복진의 다른 작품과 월북 작가로 분류되는 신고송·이정구·박팔양 등의 동요 작품도 수정됐다.

이 과정에서 가족 관계의 서사성과 그리움, 노동과 놀이의 구체성, 소멸하는 존재에 대한 통찰과 연민 등 원곡 가사들의 특징이 인간·동물·곤충 등의 개별적 존재, 자연과 사물의 현상 등으로 초점이 바뀌었다고 강 교수는 분석했다.

윤석중은 이런 개사 사실을 따로 밝히지 않았고 개작해 재발간한 동요집(난파 동요 100곡집)에 이 작품들을 수록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강 교수는 "(윤석중은) 개사 작업이 납북·월북 작가의 존재를 지워야 하는 시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차선책이었을 뿐 자발적 창작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920년대부터 대표적 동요 작가로 자리 잡은 그가 동료의 작품을 동의 없이 개작하는 게 내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평양에서 '민족수난기의 가요들을 더듬어'(2000·2003)를 펴낸 최창호는 "노래의 주인들을 옳게 밝혀 후대들에 바로 물려주어야 한다"고 썼다고 강 교수는 전했다.

하지만 북한 동요계에서도 납북·월북 작가 작품은 사라진 상태다.

1960년 '현대조선문학전집'에는 윤복진 등의 동요가 다수 들어갔지만, 2004년 나온 '조선노래대전집'은 재남 작가 동요는 수록하면서도 납북·월북 작가의 동요는 배제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식민지 시기 공유한 동요임에도 분단으로 남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전화(正典化) 작업을 진행했다"며 "분단의 비극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정전화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