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산업을 휘젓는 ‘메기’가 세 마리로 늘어났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이어 토스뱅크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받고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노란 메기 카뱅은 출범 한 달 만에 300만 명, 3년 만에 1600만 명을 끌어모았다. 비결은 ‘빠르고 편리함’이었다. 스마트폰에서 손가락 몇 번의 터치로 돈을 빌리는 게 일상이 됐다. 2030세대가 카뱅과 케뱅으로 몰리자 ‘전통은행’들은 10년, 20년 뒤의 생존을 걱정하며 디지털 전환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메기 효과’였다. MZ세대 2000만 명을 회원으로 둔 토스의 은행업 가세는 카뱅 돌풍과 맞물려 금융의 판을 뒤흔들 수 있다.

오는 7월께 증시에 상장하는 카뱅의 총자산은 27조원이다. 아직 국민은행(450조원)의 6%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업가치(시가총액)는 10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과 카드·증권·보험사 등을 아우르고 있는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이 23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메기가 곧 상어가 될 것”이란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인터넷은행은 박근혜 정부에서 시동을 걸고 문재인 정부 때 속도를 낸 대표적인 금융혁신 성과물이다. 정권과 무관하게 정책의 일관성을 보여준 모범사례로 꼽힌다.

메기 3인방이 이제 빠르고 편리함을 넘어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공언해 주목을 끌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취급하기 꺼리는 중금리대출이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불안해 보인다.

중금리대출은 말 그대로 중간정도의 이자율로 빌려주는 대출을 일컫는다. 현재 시중은행 신용대출의 80~90%는 신용등급 1~3등급(신용점수 820점 이상)인 고신용자 대상이다. 이자는 연 2~3%대 수준이다. 4등급 이하는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꺼린다. 떼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이 급전을 구하려면 연 10%를 훌쩍 넘는 카드론 또는 저축은행을 찾아야 한다.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중저신용자와 ‘신파일러(thin-filer·금융이력이 부족한 사람)’를 잘 선별해 연 5% 안팎의 이자율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게 중금리대출의 취지다.

‘착한 메기’가 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으로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했다. 카뱅과 케뱅은 올 들어 당국으로부터 수차례 혼쭐이 났다. 인가를 내줄 때 약속한 중금리대출은 시늉만 하고 시중은행처럼 ‘안전한’ 고신용자 대출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당국이 향후 신사업 인허가 때 불이익을 주겠다고 엄포를 놓자 메기들이 “열심히 하겠다”고 반성문을 썼다.

카뱅은 신용점수 하위 50%(820점 이하)를 대상으로 한 ‘중신용대출’ 비중을 작년 말 10%에서 올 연말 20%, 내년 25%, 2023년 30%로 늘리기로 약속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1인당 대출 한도를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하고 최저 금리도 연 4.5%에서 연 2.98%로 내렸다.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낮은 파격 세일이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올해 말 34.9%, 내년 42%, 2023년 44%로 더 과감하게 제시했다. 메기발 대출 전쟁이 막오른 셈이다.

그런데 과거 금융사의 과당경쟁은 늘 후유증을 남겼다. 2003년 카드사태는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풀고 카드사용을 장려하면서 촉발됐다.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고 대학생이나 실업자 등에게도 카드를 발급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도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의 과당 경쟁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예금보험공사가 28조원을 투입해 불을 끈 2011년의 저축은행 사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너도나도 뛰어든 게 화근이었다.

중금리대출을 활성화시켜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당국의 취지는 십분 공감하지만, 지금처럼 밀어붙이기 식은 위험하다. 메기들의 신용평가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도 아니다. 위기가 닥치면 중저신용자들이 가장 약한 고리가 될 것이다. 당국이 애지중지 키워온 메기들도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