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행동 "취약시설 대상자 접종률 86.3%와 큰 차이"
"노숙인 백신 접종률 30%에 불과…별도 대책 세워야"
노숙인들의 백신 접종률이 30%에 그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취약한 상황이라는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홈리스행동은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리홈리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13일부터 26일까지 서울시내 주요 공공역사에서 만난 노숙인을 대면 설문조사했다.

응답자 101명 중 70.3%(71명)는 1차 접종을 받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접종을 받았다는 응답률은 29.7%로, 실태 조사가 끝난 지난달 27일 기준 코로나19 취약시설 백신 접종 대상자의 1차 접종률(86.3%)과 큰 차이를 보였다.

백신접종을 하지 않거나 못한 이유에 대해 미접종자의 43.7%(31명·복수응답 가능)는 '접종 후 이상반응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라고 했고, 33.8%(24명)는 '백신 예방 접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서'라고 밝혔다.

홈리스행동은 "극도로 열악한 환경과 백신에 관한 정보 접근 제약이 결과적으로 접종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질병관리청의 접종 후 귀가·휴식과 냉찜질 같은 대처 매뉴얼은 노숙인들을 고려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0.9%(11명), 일반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는 응답자는 8.9%(9명), 공인인증서·아이핀 인증이 가능한 사례는 1%(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개월간 서울시 노숙인 지원기관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72.3%(73명)에 달했다.

홈리스행동은 "백신접종 예약이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연락처가 없으면 예약은 물론 접종 관련 안내조차 받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홈리스가 개별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백신을 맞을 때 우려 사항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항에선 응답자의 29.7%(30명)는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적절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했고, 27.7%(28명)는 '접종 후 휴식을 취할 장소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46.5%(47명)는 백신 접종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접종 후 상당 기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꼽았다.

홈리스행동은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차원에서 홈리스에 대한 별도의 접종 지침을 두고 있다"면서 "정부가 노숙인 현실을 고려해 별도의 접종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취약시설 대상 예방접종 시행지침에 따르면 노숙인 이용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는 접종 대상에 포함되며 141개 기관, 약 1만8천명이 그 대상이다.

"노숙인 백신 접종률 30%에 불과…별도 대책 세워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