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사건 아닌 일반 사건으로 취급…엿새째 범인 못 잡아
'괴한이 여성 습격' 신고받은 경찰 안일 대응 논란(종합)
술에 취한 여성이 귀갓길에 괴한에게 붙잡혔다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경찰이 이를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광주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2시 30분께 광주 서구 쌍촌동 골목길에서 "괴한이 뒤에서 입을 틀어막고 끌어당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괴한에게 인근 주차장까지 끌려갔지만 거세게 저항하고 비명을 지르자 괴한은 그 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괴한이 뒤에서 접근한데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A씨는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목소리를 통해 남성이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었다.

겁에 질린 듯 A씨는 그 자리에서 신고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집에 도착한 뒤에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 사건을 출동 단계 중 최고 수준인 코드 제로(CODE 0)로 분류하고 관할 경찰서 강력팀을 급파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괴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강력팀은 섣불리 강력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은 '술에 취한 여성을 누군가가 밀어 넘어뜨렸다'는 식으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에 이은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통상적인 상해 사건으로 분류했다.

결국 사건 당일엔 피해자 진술을 청취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초동 수사는 마무리됐고, 경찰은 사건 발생 엿새가 지난 현재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A씨의 피해 신고가 사건 발생 1시간이 지난 시점에 이뤄져 본격적인 초동 수사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을 맡은 형사팀과 현장에 출동했던 강력팀을 이 사건에 투입해 용의자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강력팀과 형사팀이 공조해 수사하고 있다"며 "사건의 성격이 단순 형사 사건은 아니라고 보고 수사 초기부터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