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이 한국 증시에 선물보따리를 한가득 풀어놨다. 지난 21일 끝난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백신과 해외 원자력발전 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이후 첫 거래일인 24일 한국 증시에서 관련주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증권가에선 1분기 실적 시즌이 끝나 시장에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 지금, 정상회담 관련주가 당분간 힘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종목별 밸류에이션에 따라 상승폭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상회담 효과'…방산·원전·바이오株 웃었다

정상회담 끝나자 방산·우주·원전株↑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8% 내린 3144.30에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에선 상승 종목에 비해 하락 종목이 각각 3배, 4배 많았다. 1분기 실적시즌이 마무리되며 특별한 이슈가 부재한 가운데 내린 종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힘이 없는 시장이었지만 크게 오른 종목이 있었다. 한·미 양국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업종이 그 주인공이다.

가장 성과가 좋았던 건 방위산업주였다. 방산 부품을 제조하는 한일단조는 이날 11.11% 올랐고, 방산물자를 만드는 LIG넥스원도 9.75% 올랐다. 같은 방산주로 묶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87% 상승했다. 이는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42년 만에 미사일 지침을 종료하기로 합의한 덕이다. 한국이 사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서 방산주가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우주 개발 관련주도 크게 올랐다. 미사일 지침 해제가 인공위성 발사체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위성통신단말기를 만드는 AP위성은 6.94% 올랐고, 인공위성 제조업체 쎄트렉아이는 2.11% 상승했다.

원전 관련주도 크게 튀어올랐다. 한·미 양국이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한 까닭이다. 원전 부품주 비에이치아이는 4.90% 올랐고, 원전을 제작하는 두산중공업은 4.68% 올랐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백신 파트너십을 맺기로 하면서 백신 관련주도 올랐다. 미국 노바백스와 백신 개발·생산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0.93% 올랐다. 모더나의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장중 한때 5% 급등하다가 장 후반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0.35% 하락 마감했다.

“밸류에이션 살펴봐야”

관건은 정상회담 관련 모멘텀이 지속될지 여부다. 증권가에선 긍정적으로 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시즌이 종료되며 주가 모멘텀이 잠시 공백기를 거치는 상황이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주식시장은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결과를 반영해나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분야별, 종목별로 상승 탄력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련 이슈가 이미 선반영됐는지, 혹은 밸류에이션이 이미 높지 않은지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장 초반 급등했지만 위탁생산 뉴스가 5월 초부터 흘러나오며 주가가 올랐던 탓에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상승폭을 줄이기도 했다. 반면 방산주나 우주개발 관련주는 최근까지 주가가 지지부진했기에 이번 정상회담 이슈가 큰 호재가 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백신주는 위탁생산 등 이슈가 이미 시장에서 많이 논의돼 일정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며 “우주항공산업은 미래 예상도를 그리기조차 어려웠던 산업 분야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화지가 크게 펼쳐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원전 관련주도 해외 진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가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일수록 주가 상승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 소식은 방산업체에 두루 좋다”면서도 “주가 퍼포먼스 측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싼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편안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