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2개월 뒤에는 "금방 적응할 줄 알았는데…마음 무겁다"
전문가들 "입양 전 검증과 이후 관리 더 철저히 이뤄져야"

두 살배기 입양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30대 양부가 입양 전 받은 심리검사에서 "분노를 행동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대 양부의 심리평가서 보니…"분노를 행동화 않을 것"
결과적으로 잘못된 심리검사가 이뤄진 데 대해 입양가정에 대한 검증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30대) 씨 부부와 B 양의 입양 절차를 진행한 C 입양기관은 입양이 이뤄지기 전인 2019년 전문기관에 의뢰해 A씨 부부에 대한 심리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가 담긴 심리평가보고서만 보면 A씨는 어린아이를 마구 때려 뇌출혈을 일으킨 잔인한 양부와는 거리가 멀다.

보고서에는 A씨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를 경험한 이후 회복하는 능력이 양호하며 타인의 감정과 아픔을 적절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있다.

또 "대체로 억제적인 편이어서 화가 나더라도 분노를 행동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도 담겼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입양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종합적 소견으로 끝을 맺는다.

종합적 소견에는 "여러 심리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입양과 이후 부적응을 저해할만한 현저한 성격적인 부적응이나 정서적 고통감의 징후는 관찰되지 않는다"고 되어있다.

입양 이후 아동이 잘 지내는지 확인하도록 마련된 매뉴얼도 절차상으로는 지켜졌지만, A 씨의 학대를 막지는 못했다.

입양 절차를 진행한 기관이 입양 이후 1년간 아동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C 기관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4월 등 3차례 사후관리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가정방문은 첫 사후관리 때 이뤄졌고 이후 두 차례는 양모와 전화, 이메일로 아동의 적응 여부에 대해 문답을 주고받는 식으로 했다.

C 기관이 사후관리를 한 뒤 매번 작성한 가정조사보고서를 보면 A 씨 부부와 B 양에게서 별다른 이상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학대 양부의 심리평가서 보니…"분노를 행동화 않을 것"
다만, 입양 2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C 기관 측의 가정방문 당시 A 씨 부부는 "입양 전에는 아동이 아직 어려서 금방 적응하고 편안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함께 지내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들 부부는 가장 최근인 지난달 16일 진행된 이메일, 전화 조사에서는 "감정 기복이 심할 때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고민이 된다"고 했고 이에 기관 측은 "아동의 생후 개월 수에 따른 심리상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 책자를 안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B 양의 입양 전후 과정과 관련해 입양가정에 대한 검증과 사후 관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영세 의원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입양 아동에 대한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입양가정 검증을 철저히 하고 사후에도 입양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강화 등을 통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지금은 입양가정의 친자녀가 있는지, 있다면 몇 명 있는지가 입양 기준의 고려 요소가 아닌데 입양아동이 차별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며 "경제적인 기준도 더 높이는 등 전반적으로 입양 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양 이후 가정조사는 전화나 이메일 등의 방식으로 할 경우 아이 신상에 생긴 문제에 대해 어떤 낌새도 알아챌 수 없으니 반드시 대면조사 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