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향후 자산 가격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Fed가 일종의 거품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주식·코인 폭락할 수 있다"…Fed '거품 붕괴' 이례적 경고
Fed는 6일(현지시간) 발간한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일부 자산의 가치가 역사적인 기준과 비교해도 높은 상태”라며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미래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시장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한 지금의 자산 가격 평가는 정당하다”는 제롬 파월 의장의 최근 발언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미국의 자산 가격은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계속해왔다. 뉴욕증시의 다우 및 S&P500지수는 10% 넘게 올랐고 암호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등급을 가리지 않고 회사채에도 자금이 몰렸다.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경향이 움츠러들 경우 자산 가격 하락에 따라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바이러스 여파로 기업과 가계가 여전히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적시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보고서와 함께 내놓은 성명에서 “작년에 다양한 자산의 평가 가치가 상승했는데 올해는 더 뛰고 있다”며 “자산 가치와 함께 기업들의 높은 채무 수준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직전 재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이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수요가 부쩍 줄어든 상업용 부동산이 잠재적으로 취약한 상태라는 게 Fed의 지적이다. 변이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 속도에 차질이 생기면 차입 비중이 높은 보험사와 헤지펀드 등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뉴욕 월가를 뒤흔들었던 아케고스캐피털을 예로 들면서 게임스톱과 같은 ‘밈 주식’(온라인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종목)의 위험성도 우려했다. 보고서는 유럽이 바이러스 억제에 실패하고 충분한 지원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일부 유럽 금융회사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미국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미국 노동부는 7일 지난달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26만6000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미국 일자리는 올 들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지난달 100만 개 이상 늘어났을 것이란 시장 예상치에는 크게 못 미쳤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3월 6%에서 4월 6.1%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5%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와 다르게 나타났다.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못하게 나오면서 Fed의 테이퍼링(자신 매입 축소) 등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