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방역이 '민낯'을 드러낼 때
문재인 정부 ‘내로남불’에 대한 역치가 너무 높아진 탓일까. 대통령이 퇴임 참모 4명과 만찬을 해 ‘5인 이상 모임 금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겼다는 논란은 조용히 묻히는 분위기다. 하긴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우리 국민이 처음으로 사망한 날 ‘짜파구리’ 오찬을 하며 파안대소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고, 이제는 자신을 비방한 국민을 대리인을 통해 모욕죄로 고소까지 하는 마당이다. ‘참모들과 밥 한 끼 먹는 게 무슨 대수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방역수칙 위반 논란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민은 천부(天賦)의 권리인 ‘자유’마저 일부 포기한 채 1년이 넘도록 정부 방역에 협조하고 있다. 수칙을 지키기 위해 부모 생일·제사도 못 챙기는 가족들이 부지기수다.

국민을 윽박지르는 정부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확진자 수에 따라 죄었다 풀었다 하는 ‘고무줄 방역’을 작년에만 120조원에 달하는 빚을 얻어(장혜영 정의당 의원) 가까스로 버텨냈다. 어떻게든 사업 터전을 지키려는 자영업자들이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는 바람에 세 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55.2% 급증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현실은 칠흑 같은 어둠이다. 대체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빈부격차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여러모로 ‘넘을 수 없는 간극’이 돼 가고 있는 흐름도 간단하지 않다. 일찌감치 예견됐던 부모 소득에 따른 ‘학교 성적 양극화’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지금 초·중·고교를 다니는 ‘코로나 세대’의 상당수는 100여 년 전 ‘스페인 독감’ 때 그랬듯 낮은 학력 수준이 야기하는 저임금으로 평생 허덕이며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현실이 이런데, “국정에 대한 의견 청취나 당부 등 대통령 고유 업무 수행을 위한 모임은 사적 모임에 들어가지 않는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반장)는 말장난 같은 해석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애당초 국민들이 정부에 바랐던 건 방역·확장 재정 등 국정 전반에 걸쳐 몇 번이고 이해를 구하고 사과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같은 리더십이었다. 특유의 ‘무티(Mutti·엄마) 리더십’이다.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 고위 인사들에게 이른바 ‘K방역’의 성공을 위해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한 데 대한 미안함이 있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내로남불 방역' 책임질 수 있나

공복(公僕)이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해이해진 방역 의식”(정세균 전 국무총리)이라며 국민을 하대했던 게 2개월 전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백신 확보에 노력한다는) 정부 얘기를 국민은 안 믿는다”(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는 야당 의원의 추궁을 “믿으셔야 한다”며 윽박지르듯 맞받았다. 결국 돌아온 것은 ‘백신 공백’이다. 그러고는 대통령 5인 만찬이 문제가 되니 ‘공적 모임’임을 강변한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지금은 아직 어스름해 K방역의 실체가 우리를 지켜주는 ‘개’인지, 해치려는 ‘늑대’인지 온전히 알기 어렵다. 확실한 건 그 정체를 감 잡은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철옹성 같던 대통령 지지율의 ‘30%벽’이 끝내 무너진 게 증거다. 핵심 요인은 방역에 대한 불만(부정평가율 17%)이었다.

조용히 인내하는 남은 사람들은 그 ‘맨 얼굴’이 온전히 드러났을 때 손뼉을 치며 환호할 수도, 몽둥이를 들 수도 있다. 그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모두가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