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사무직 노조 일파만파... 첫 승부처는 '교섭단위 분리'
MZ세대가 주축인 사무직 노조가 LG전자, 금호타이어, 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에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 노사관계 질서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노조 설립 후 첫 승부처는 '교섭단위 분리'가 될 전망이다. 신설 노조는 5060 세대 생산직 근로자 중심의 기존 노동조합과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어 당장 단체교섭부터 별도로 하자고 회사에 요구할 거로 보인다. ‘교섭 단위 분리’를 요구하는 신설 노조의 요구는 곧바로 치열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거대 노조와 오랫동안 교섭 질서를 형성해 온 회사 측으로서는 자칫 매우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관련 쟁점들을 대법원 판례 법리에 비춰 살펴본다.

노동조합법은 한 사업장에 여러 개의 노조가 있으면 교섭창구를 단일화 하도록 정하고 있다. 2010년 노동조합법 개정 때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같이 들어온 규정이다. 중복 교섭의 혼란이나 교섭력 낭비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다른 노조와 교섭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교섭단위 분리 결정’을 받아야만 한다. 노동위원회가 노조나 회사의 신청을 받아 결정한다.
교섭단위 분리는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것이 원칙
노동위원회 업무매뉴얼에는 교섭단위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별도 교섭을 할 정도로 노사관계의 본질적 기초가 다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교섭 창구 단일화가 원칙이므로 교섭단위 분리는 ‘예외’적으로만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다. 2018년 9월 13일 나온 고양도시관리공사 사건 판결문에 대법원 입장이 명확히 나타나 있다. 먼저 ‘교섭단위 분리는 (교섭 창구) 단일화가 안정적인 교섭 체계 구축을 저해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게 원칙적인 입장이다. 그에 더해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되자면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 형태, 교섭 관행 등의 객관적 요건도 요구된다.

고양도시관리공사에는 일반직 근로자 중심의 노동조합이 설립돼 있었지만 사무보조원, 주차원, 운전원 등의 직종에 종사하는 상용직 근로자들이 2013년 별도의 노조를 설립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소속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지회 형태였다. 노조원 수가 더 많은 고양도시관리공사 노동조합이 교섭 대표 노조로 결정되자 상용직 노조는 교섭단위를 분리해 달라며 2013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상용직 노조는 노조가 설립되기 전부터 상용직 근로자로 구성된 별도의 ‘협의체’나 ‘무기계약직 운영위원회’를 두고 공사 측과 임금협약을 체결해 온 관행 등을 근거로 교섭단위 분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지노위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더 무게를 실었다.
근로조건, 노사관계의 본질적 기초 다르다면 분리도 가능
그 후 상용직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구했고, 중노위는 2014년 교섭단위를 분리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는 공사 측이 교섭단위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전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갔지만,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렸던 ‘교섭단위 분리’ 결정은 그대로 유지됐다.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에 신설된 사무직 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면 고양도시관리공사 사건 판결문에 나온 법리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생산직이나 사무직 모두 정규직 근로자여서 동일한 임금체계의 적용을 받는다.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 형태 등은 큰 차이가 없어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반면 대기업 생산직 중심의 기존 노조가 사무직 근로자의 입장이나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등 노사관계의 본질적 기초가 다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무직, 연구개발직 등에서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회사 측과 협의한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쟁점 사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교섭단위 분리’에 관한 법률상 쟁점들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이들 기업의 노사관계, 노노관계의 진로는 상당한 영향을 받을 거로 보인다.
최종석 전문위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