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타자 버바 왓슨(43·사진)은 마스터스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유명 선수다. 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취리히 클래식 오브 뉴올리언스(총상금 740만달러)를 앞두고 자신보다 열여덟 살이나 어린 스코티 셰플러(25·미국)에게 먼저 파트너를 제안했다. 이 대회는 PGA투어 정규 대회 중 유일한 팀 경기다.

왓슨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인근 TPC 루이지애나(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초 셰플러에게 먼저 문자메시지를 보내 파트너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셰플러가 ‘대회에 출전할지 모르겠다’고 답해 ‘출전 여부를 묻는 게 아니라 나와 함께할지를 묻는 것’이라고 재차 메시지를 보냈고 결국 이틀 뒤에 승낙을 받았다”며 웃었다.

셰플러는 떠오르는 신예다. 하지만 연륜은 물론 이름값을 놓고 봐도 왓슨이 파트너 제안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왓슨은 대회 우선 출전 순위(priority rankings)에서 최근 3년간 월드골프챔피언십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 속한 6번 카테고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셰플러는 지난 시즌 페덱스컵 포인트 125위권 선수가 속한 카테고리 20번으로, 출전 자격은 있지만 왓슨에게 한참 밀린다.

하지만 왓슨은 괴팍한 성격으로 유명해 동료들이 함께하길 꺼린다. 앞서 PGA투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싸움이 났을 때 도와주기 가장 싫은 선수’가 누구인지 묻는 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1978년생인 왓슨이 투어 우승 경험도 없는 1996년생 후배에게 ‘러브콜’을 보낸 배경이다.

셰플러는 “8~9명이 왓슨에게 파트너 제안을 받았는데 모두 거절했다고 들었다. 결국 나한테까지 연락이 왔다”며 짓궂은 농담을 던졌다. 씁쓸한 미소를 띤 왓슨은 “같이 성경 공부를 하면서 셰플러를 알게 됐다”며 “셰플러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여서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왓슨의 선택은 적중했다. 2인 1조가 각자의 공으로 경기해 홀마다 가장 좋은 성적을 적어내는 포볼 경기에서 셰플러는 버디 4개로 4타를 줄였다. 왓슨이 보기를 범할 때마다 셰플러가 파를 잡아 타수를 지킨 덕분에 둘은 8언더파 공동 10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이경훈(30)은 카일 스탠리(34·미국)와 함께 9언더파를 합작해 공동 3위로 출발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