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다음달 2일까지 남미의 피카소로 불리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피플 드링킹(People Drinking)’ 등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더 아트 유 러브’ 전시회를 연다. 18일 방문객들이 백화점 10층 문화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한때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홈쇼핑이 라이브 방송, 모바일 등에 밀려 쇠퇴기로 접어들면서 유통그룹들이 고민에 빠졌다. 홈쇼핑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신사업에 투자하던 구조가 위협받자 홈쇼핑 계열사를 보유한 그룹들이 벤처 등 신규 투자를 줄이고 있다.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GS홈쇼핑은 신사업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2019년 700억원에 달하던 GS홈쇼핑의 벤처 투자액은 지난해 약 230억원으로 줄었고, 올 들어서는 20억원에 그쳤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GS홈쇼핑이 미래사업본부의 벤처 투자를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며 “작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NS홈쇼핑을 보유한 하림도 신사업 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림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NS홈쇼핑은 하림산업 엔바이콘 글라이드 등 하림 내 대부분의 신사업 회사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에도 하림산업(500억원) 글라이드(60억원) 엔바이콘(50억원)의 유상증자 전액을 책임졌다. NS홈쇼핑 관계자는 “투자한 회사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는 앞으로도 NS홈쇼핑의 투자가 불가피한데 본업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신사업 투자가 부담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한섬, 한화L&C(현 현대L&C) 등 현대백화점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을 담당했던 현대홈쇼핑도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홈쇼핑은 그동안 성장성 있는 패션, 인테리어 사업 등에 대한 M&A를 추진했지만 작년부터는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커머스 사업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J ENM 내 커머스 사업부인 CJ오쇼핑 관계자도 “소비자들의 TV 시청이 줄면서 홈쇼핑업은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고 고민을 전했다.쇼핑의 탈TV화와 모바일 채널 발달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통 홈쇼핑 사업 구조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홈쇼핑 소비자를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는 네이버·카카오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고 급부상 중인 라이브 커머스도 걱정거리다.홈쇼핑 ‘콘텐츠’인 판매자와의 관계도 역전 조짐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채널이 한정돼 있을 때와 달리 채널이 널려 있는 요즘은 판매자들이 갑”이라며 “수수료가 높다 싶으면 곧바로 네이버, 카카오로 향한다”고 전했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와 롯데마트·롯데슈퍼가 대한민국 농산물 표준가격 서비스인 ‘팜에어한경’을 4월부터 도입한다. 지난 16일 계약을 체결한 현대백화점그룹을 포함해 국내 3대 유통사가 모두 팜에어한경 서비스를 활용함에 따라 농산물 구매 시스템에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국내 농산물 시장을 움직이는 유통 3사의 식자재 구매팀이 연간 사들이는 농산물은 2조3800억원어치에 달한다. 축산물과 수산물을 포함하면 5조원이 넘는다. 주요 유통기업들이 인공지능(AI) 가격 예측시스템인 팜에어한경을 이용하게 되면서 농산물 구매 시장에도 최초로 디지털 혁신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마트 “구매팀 40명이 쓰는 플랫폼”지난 23일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롯데쇼핑은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팜에어한경 서비스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마트는 29일 계약을 완료했다.이마트는 국내 유통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양의 농산물을 사들인다. 지난해 농산물 구매액만 9600억원에 달했다. 축산물은 4500억원, 수산물은 2400억원이었다. 해마다 1조6500억원어치가 넘는 신선 식재료를 국내 산지에서 조달한다.이마트 바이어(상품기획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산지에서의 적정 구매시점이다. 산지 농산물 가격이 치솟아도 곧바로 이마트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 이천에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농산물 저장·가공센터인 ‘이마트 프레시 센터’를 지은 것도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최진일 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상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산물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경영진에는 더 많은 정보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팜에어한경을 도입하면 40명의 구매담당자가 당장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소비자들에게도 (물가 불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인 만큼 국내 농산물 가격 안정화에 책임이 있는 유통업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최적기에 저장품목 늘릴 것”롯데마트는 2017년 충북 증평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식자재 가공공장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를 완공했다. 5만5894㎡(1만7000평) 규모인 이 센터는 가공 전 단계의 농·축·수산물이 모이는 물류기지다. 영·호남, 충청 등의 생산지에서 빠르게 원재료를 공급받고 가공하기 위해 증평을 택했다.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의 가장 큰 역할은 ‘농산물 물가 대응’이다. 내부에 ‘CA저장고’라는 시설이 있다. 온도와 습도는 물론 공기 중 질소 농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추석에 딴 햇사과를 얼리지 않고 최대 8개월까지 맛을 유지할 수 있다. 가격이 쌀 때 사뒀다가 비쌀 때 유통 물량을 늘려 가격 급등을 막는 ‘물가 대응’도 가능하다.지난해 롯데마트와 롯데슈퍼가 국내 산지로부터 구매한 농산물은 5276억원 규모. 정재우 롯데마트 상품본부 상무는 “팜에어한경 도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올 들어 농산물 가격 변동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어 팜에어한경 데이터를 토대로 신선품질혁신센터의 저장 품목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팜에어 서비스를 시범 사용해본 정해연 롯데마트 채소팀장은 “산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놀랍다”고 평가했다. “농산물 구매 길잡이 되겠다”팜에어한경은 농산물 도매 시장 구조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식품 제조사와 식자재 회사들은 수시로 변하는 식자재 시장에서 적정 가격에 안정적으로 구매하는 시스템이 없어 애를 먹었다. 각사의 구매 담당자들은 파편화된 정보와 경험만으로 농산물 시세를 예측해왔다. 팜에어한경에 유통 3사가 기대를 거는 것도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어서다.이번 협약으로 유통기업들은 농산물 구매 시점을 합리적인 근거 아래 결정할 수 있고, 생산자는 계약재배 증가로 안정적인 소득이 기대된다. 최근 급등락세를 보인 대파 등 농산물 가격 파동을 최소화할 수 있어 먹거리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생산·유통·소비 3축이 모두 윈윈하는 모델이 구축된 셈이다.팜에어한경은 농산물 AI뉴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 등락 수치뿐 아니라 원인까지 분석해 다각도의 분석 리포트를 매일 제공한다. 급락 품목과 거래량 상위 품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도 들을 수 있다. 상반기 축·수산물 가격 정보 서비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박종필/김보라 기자 jp@hankyung.com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패션 불황 속에서도 잘 팔린 상품은 명품이었다. ‘명품 불패’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최근 아동복이 명품을 능가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초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해 3월 들어선 매출 증가율이 해외 명품을 넘어섰다. 새 학기 오랜만에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새 옷을 장만해주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했던 아동복 시장이 올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해외 명품뿐 아니라 여성복, 남성복, 아웃도어, 스포츠 등 패션 전체 영역을 통틀어 아동복 부문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며 “오랜만에 아이를 등교시키는 부모들이 여러 벌의 옷과 신발, 가방 등을 사는 데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불티나게 팔리는 아동복31일 주요 백화점에 따르면 3월 아동복 매출 증가율은 116~133%에 달했다. ‘불황을 모르는’ 해외 명품의 매출 증가율(85~103%)보다 높은 수준이다.롯데백화점에선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아동복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2%였지만 2월 85%, 3월에 133%로 껑충 뛰었다. 현대백화점에선 1월 1.9%에서 3월 127%로, 신세계백화점에선 1월 -3.8%에서 3월 116.4%로 급증했다.명품보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롯데백화점의 3월 아동복 매출 증가율(133%)은 명품(103%)보다 높았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아동복 매출 증가율(127%)도 해외 명품(85.4%)보다 컸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아동복업체 관계자는 “새 학기를 맞아 간절기에 입기 좋은 바람막이 재킷, 면 소재의 티셔츠, 가방과 신발 등을 구입한 부모가 많았다”고 했다. 새 학기 가방·신발 수요도 급증아동복 세트 상품의 인기가 높다. 뉴발란스키즈는 올봄 맨투맨 티셔츠, 반팔 티셔츠, 바지 등 세 벌로 구성된 ‘3PC 맨투맨 셋업’을 신상품으로 내놨는데 1차 생산량 1만 세트가 모두 팔려나갔다. 뉴발란스키즈 관계자는 “세 벌 가격이 9만9000원으로 가성비 좋고 실용적인 옷으로 입소문이 났다”며 “다양한 세트 상품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빈폴키즈도 3월 들어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2월만 해도 매출 증가율이 10% 수준이었지만 3월 들어선 118%로 뛰었다. 생활 방수가 가능한 ‘후드 집업 등교 점퍼’ ‘보아 리버시블 집업 점퍼’ 등 외투 인기가 높아 재생산에 들어갔다.의류뿐 아니라 신발, 가방도 잘 팔린다. 블랙야크키즈가 봄 신상품으로 내놓은 신발 ‘프리즘’은 2월에 출시한 블랙 색상이 모두 다 팔려 재생산에 들어갔다. 옐로 색상도 80% 이상 판매됐다.백팩으로 유명한 휠라키즈의 올봄 책가방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늘었다. 특히 아동용 책가방은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려 재생산에 나섰다. 발등에 벨크로 소재를 사용해 아이들이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는 ‘꼬모 라이트’ 신발도 인기 상품이다.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유아동복 시장 규모는 2014년 2조1100억원에서 2018년 3조82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주춤했지만 올해는 시장이 다시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