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부흥올림픽', '인류가 코로나19를 극복했다는 증거' 등을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일본 국민들의 여론은 차갑다. 교도통신이 지난달 20~21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도쿄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는 응답이 73.6%에 달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작년 12월 발표한 총 경비는 1조6440억엔(약 16조7989억원)으로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유치단계 때는 7340억엔이면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고 했는데 다섯 차례에 걸쳐 수정됐다. 작년 초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면서 수정 발표한 개최비용이 1조3500억엔이었는데 1년도 안돼 다시 2940억엔이 늘었다.

개최비용 가운데 7210억엔은 조직위가 낸다. 나머지 9230억엔은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부담한다. 개최비용의 3분의 2를 세금으로 해결한다는 의미다.
도쿄올림픽 개최비용 17조원이면 할 수 있는 것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마이니치신문은 도쿄올림픽 개최에 드는 세금 9230억엔이면 공립학교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간 사키코 아토미학원여대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일본 공립초중학교 급식 무상화에 필요한 예산은 연간 5120억엔이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대신 전국의 초등학교 및 중학교 학생들에게 1년 9개월간 무료로 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본의 일반 가정이 부담하는 연간 급식비용은 5만~6만엔이다. 빈곤가정의 교육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키즈케어의 와나타베 유미코 이사장은 "학교 급식이 하루치 식사의 전부인 학생도 있고 급식비를 체납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소득수준이 낮은 차상위계층의 학비도 감면해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에 고등교육 수업료 감면과 장학금 확충 대책비 4804억엔을 편성했다. 주민세 비과세 세대(우리나라의 생활보호대상자)에 한해 지원한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대신 이 예산을 두배로 늘렸다면 저소득층 뿐 아니라 차상위계층도 학비부담도 줄여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일반 가정에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지원금도 4차례로 늘릴 수 있다. 지난달 후생노동성은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받은 가정에 아동 1인당 5만엔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2175억엔으로 올림픽 개최에 들어가는 세금의 4분의 1이다.

키즈케어가 지원하는 한부모 가정의 절반은 연간수입이 200만엔을 밑돌고 "돈이 없어서 식료품을 살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가정이 40%에 달한다. 와타나베 이사장은 "코로나 불황의 장기화로 '냉장고가 텅 비었다'는 가정이 늘어나는데 올림픽 개최비용이 계속해서 불어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