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처장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 인정…규정위반·황제조사 논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의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관용차에 태워 청사로 들인 뒤 조사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언론에 공개된 폐쇄회로TV(CCTV) 영상에는 지난달 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인근 도로변에서 이 지검장이 김 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로 옮겨 타는 모습과 1시간여 뒤 똑같은 장소에서 관용차에서 하차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 처장은 당시 피의자인 이 지검장과 그의 변호인을 65분간 만난 이유에 대해 면담 및 기초 조사를 했다고 밝혔으나 조서를 남기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는 김 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기 전이었다.

면담 사실은 3월 16일이 돼서야 국회 법사위에서 공개됐다.

김 처장은 논란이 커지자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보안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피의자' 이성윤 에스코트한 공수처…파장 확산(종합)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제보한 공익신고인은 '수사보고서에 이 지검장 면담 장소 등을 허위로 기재했을 수 있다'며 김 처장, 여운국 차장, 면담에 입회한 사무관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공수처는 한동안 출입 기록을 일체 비공개하다가 최근 고발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에 공수처 청사 CCTV 영상 등 이 지검장의 모습이 담긴 출입 자료를 제출했으나, 수원지검 관계자가 "요청한 자료가 다 오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수처가 수원지검에 제출한 CCTV 영상에는 이 지검장이 김 처장 제네시스 관용차로 갈아타는 모습은 없고 청사 내부에서 찍힌 모습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조사 방식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검찰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보안상 이유라는 건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며 "처장의 공무수행을 위해 제공된 차량을 피의자 호송차량으로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양홍석 변호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고위공직자 조사기법을 도입했으니 이거야말로 인권 친화적"이라며 "그런데 우리는 이런 걸 특혜, 황제 조사라 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나의 상식, 법 지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지"라고 비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법적 책임보다 무거운 공정성 침해"라며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는 보안을 이유로 앞으로도 처장의 관용차를 제공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이 지검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해 별도 방문 신청 없이 청사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것 자체가 청사출입 보안지침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안 상의 이유로 보안 규정을 어기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수처 측은 "출입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일각에서는 김 처장 책임론까지 거론됐다.

김종민 변호사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냐"며 "오후쯤 결단을 내리고 사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이날 김 처장을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