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터널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그럴 때가 아니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르면 올 하반기에도 인상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24일 ‘주요 현안에 대한 한은 총재 문답’을 통해 “현재로선 통화정책 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상 최저인 연 0.5%인 기준금리를 당분간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75%로 0.5%포인트 내렸다. 이어 지난해 5월엔 연 0.5%로 추가 인하했다. 이후 열린 여섯 차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때마다 금통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이어갔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조치다.

하지만 최근 경기 회복세가 커지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당초 예상보다 일찍 기준금리 정상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4개월 만에 100을 넘어섰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저금리 장기화로 가계·기업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가면서 금융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5일 열린 기준금리 결정회의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면 지금보다 금융안정에 더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억눌린 수요가 올 들어 분출되면서 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안팎에서 나온다.

한은은 내부적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 결정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Fed가 밝히고 있는 2023년까지 한국도 금리를 올리기 힘든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조차 회복세가 빨라지고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조기 금리인상 관측이 늘자, 한은 내부에서도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석길 JP모간 본부장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1분기 인상할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대응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일부 정상화하는 차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경기가 정상궤도로 회복할 조짐에 시장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한은이 금융안정 등의 흐름을 고려해 올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