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학생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
 이번 학기 첫 수업에서 다음과 같은 과제를 냈다.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인물, 책, 사건 등이 나의 가치관과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경건한 마음으로 작성하세요(A4지 1-2매 기준)” 학생들에게 가치관을 정립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마음의 그릇을 키우려는 의도였다.


   <나는 누구인가?> 즉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보면 인물 책 사건 등 중에서 인물이 가장 많다. 인물 중에는 부모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다음은 기업인이었다. 물론 선생님, 친구들도 있다. 한편 남학생 경우를 보면 군대에서 경험도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지면상 몇 가지만 소개한다.

   부모의 경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학생 A는 “내 어머니는 대단한 분은 아니지만 나에게 너무나 존경스런 분이다. 어머니는 항상 나를 응원해 주셨다. 특히 나에게 다섯 가지 핵심가치를 심아 주었다. 그것은 사랑, 즐거움, 희망, 책임감, 겸손이었다. 어머니가 실천하시며 나에게 가르쳐 준 이 다섯 가지는 나의 가치관이 되었다.” 성장하는 데 어머니의 역할이 숭고하고 지대한 것 같다.

  학생 B는 “나는 아빠에게 나의 친구 관계에서부터 학업, 대입, 진로 관련 문제들까지 내 일상 속 수많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빠는 언제나 나에게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며 답을 준다. 아빠는 내가 아빠의 딸이라는 이유로 선의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런 위로의 방법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아빠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하셨고 아빠 본인의 인생에도 최선을 다하였다. 현재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아빠의 영향을 받아 나는 경영학과에 입학하였다.” 아버지 역시 학생들 삶의 방향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학생 C는 “지금까지 나에게 영향을 크게 끼친 책은 아산 정주영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라는 책이다. 10년 전쯤 읽었지만 그때 이 책을 읽고 나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가장 감명받았던 것은 <도전정신>이다. 그 당시 나는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좋아하지 않았고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 책을 읽고 나 스스로가 많이 바뀌었다. 내가 어릴 때 고인이 되셨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 고 했다. 기업인들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한편, 이번 학기 수업에 64명 중 중국인 학생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 지도 궁금했다.

   중국 학생 D는 이렇게 말했다. “마윈은 중국의 제일 유명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알리바바를 창업해서 중국에서는 마윈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나도 중학교 때부터 타오바오(중국 최대 인터넷 경매 사이트) 사용하고 있다. 항저우 사범대를 삼수로 들어가 졸업 후 교직에 있었다. 1995년 미국을 방문하여 처음 인터넷을 알게 됐다. 인생에서 곤란한 상황이 아주 많지만 무서워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마윈은 나의 인생 목표이다”

  중국 학생 E도 마윈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창업 초기 마윈은 컴퓨터 지식, 상업 지식이 없었다. 첫 번째 창업은 실패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알리바바를 설립했다. 나에게서 마윈은 재미있고 매력이 강한 사람이다. 마윈은 ‘우리에게 유일하게 옳은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 말은 나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다.”

  중국 학생 F는 샤오미를 창립한 레이쥔을 뽑았다. 그는 “레이쥔은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성공했다. 모든 위대한 성공들은 견뎌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특히 거듭난 자들은 더욱 존중받아야 한다. 레이쥔과 같은 실용적인 이상주의자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 중국학생 G는 완다 그룹의 창시자인 왕젠린을 들었다. 그는 <백년기업 국제 완다> 에서 근면, 예견력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은 자세를 배웠다고 했다.

   학생들 과제를 읽으면서 느낀 점이 많다. 우선 매우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가치관 정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폭넓은 경험이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들에게 도전 정신과 용기를 준 인물이나 책 영화 등이 크게 와 닿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성세대가 그들의 롤 모델이 된다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기성세대 솔선수범과 그들과의 진솔한 소통이 더욱 중요함을 느꼈다.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을 보며 ‘어떤 유산을 줄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조직 공동체에 건강한 일원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기성세대가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미래는 혼자 만드는 건 아니다.  함께 만드는 일이다.  지금 학생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 

<김영헌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