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극한의 전투에서 당신의 탱크(Fury)를 사수하라!
< 프롤로그>
[퓨리(Fury):미군M4 셔면(Sherman)전차의 애칭(분노,격분의 의미), 2차 세계대전 중 무려 5만대나 생산되어 미군뿐 아니라 연합군이 공통으로 사용한 주력 전차다. 기계적 신뢰성을 높이고 전투력도 평균 이상 되는 우수한 전차였다. 특히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차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하고 있다. ‘퓨리’는 영국 ‘보빙턴 전차박물관’의 귀중품으로, 매년 6월경 한차례 열리는 공개행사인 ‘탱크 페스트(Tankfest)’ 때 마다 일반인에게 선보이고 있다.]

영화 <퓨리/Fury, 2014>는 전차전에 집중한 영화다. 전쟁 영화에서 소품 혹은 조연이던 탱크는 < 퓨리>에서 핵심 주인공이 된다. 탱크 <퓨리>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일터’와 같은 개념으로 생각된다. 그 탱크 안에서 5명의 전투원이 끈끈한 전우애와 팀워크로 뭉쳐서 엄청난 위기를 지혜와 용기로 치열하게 극복해 나가는 것을 보고, 우리도 각자가 처한 극한 환경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여 자신과 공동체의 소중한 탱크(Fury)를 지켜야 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극한의 전투에서 당신의 탱크(Fury)를 사수하라!
< 영화 줄거리 요약>
영화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나가던 1945년 4월, 나치 독일의 심장부로 진격하게 된 미군 탱크부대원들이 겪는 끔찍한 전투의 모습을 실감 나게 펼친다.

탱크<퓨리>와 완벽한 호흡으로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어 전장의 영웅으로 불리는 미군 전차부대의 리더인 전차장 ‘컬리어 하사/일명 워 대디(브래드 피트 분)’와 냉철한 포수 ‘바이블(샤이아 라보프 분)’, 진격의 운전병 ‘고르도(마이클 페나 분)’, 다혈질 장전수 ‘쿤애스(존 번탈 분)’, 그리고 입대한 지 8주 된 신병 ‘노먼(로건 레먼 분)’은 한 팀이다.

그들은 <퓨리>라는 애칭의 M4셔먼 탱크를 타고 베를린의 교차로를 사수하지 못할 시에는 연합군으로 가는 보급품이 끊겨 사단이 전멸해 버리고 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적을 막아야 하는 상부의 막중한 명령”을 수행하게 된다.

전세는 이미 연합군의 승리로 기울었지만, 종말을 앞둔 독일군은 어린이, 여자까지 투입시켜 마지막 발악을 하는 상황이다. ‘워 대디’가 속한 전차부대는 독일군 티거 전차의 기습 공격을 받아 대부분 탱크와 동료를 잃게 되고, 마지막 ‘워 대디’가 전차장으로 있는 <퓨리> 한대만 남게 되어 수백명의 독일군 SS친위대 병력과 맞서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극한의 전투에서 당신의 탱크(Fury)를 사수하라!
< 관전 포인트>
A. 전쟁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준비한 것은?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전차부대원들의 전투 장면들은 관객마저 긴장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게 된다. 적을 죽이고 자신은 살아남으려고 혼신을 다하는 전차병들의 모습을 전차 내, 외부에서 자세히 보여준다. 독일군 전차 등장 장면에서는 현재 기동 가능한 것으로는 유일한 영국 ‘보빙턴 전차박물관’의 티거(Tiger) 전차(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개발해 운용한 전차로, 압도적인 성능으로 군사 마니아들 사이에 이름이 높다.)를 가져다 촬영했다.

B.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기 위한 장면은?
전쟁터의 참상들은 행정병 출신의 전쟁 초보자인 ‘노먼’의 시선으로 주로 전달된다. 탱크 캐터필러(무한궤도)에 짓이겨지는 시신들, 전투 중 온몸에 불이 붙자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해 권총으로 자살하는 병사, 독일 시민들이 나치 친위대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형되어 “나는 조국을 도망쳤습니다”라는 팻말을 건 목이 길거리에 내걸린 끔찍한 풍경들까지 낱낱이 보여준다. 이런 절망적인 모습은 뛰어난 리더십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전차부대를 이끄는 리더 ‘ 워 대디’의 면모와 대비된다.

C. 마지막 전투에서 ‘워 대디’가 보여준 리더십은?
들려오는 독일군의 군가(친위대는 적지에서 행군한다)를 듣고 ‘워 대디’ 는 직감적으로 ‘최정예 SS 친위대’임을 알고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려 하나, 부하들은 탱크를 버리고 도망가자고 제의한다. 그러나 ‘워 대디’는 “이 탱크가 내 집이야, 나 혼자라도 싸울 테니 너희는 돌아가”라며 최후항쟁을 다짐하는데, 가장 어린 노먼이 전차에 올라타서 자신도 같이 싸우겠다고 하자 모든 전차원들도 동참하게 된다. ‘워 대디’를 비롯한 모든 전우가 전투에서 숨지고 극적으로 생존한 노먼에게 뒤늦게 도착한 지원부대원은 “당신은 진정한 영웅이야”라고 얘기하자 “어제 있었던 일들은 꿈일 거야, 모두 죽지 않았을 거야, 모두 나와 같이 있을 거야”라며 전우들을 애타게 그리워한다.

D. 전쟁 초보자인 노먼은 어떻게 변해가나?
북아프리카 전투에서 최고의 부조종수를 잃고, 보충된 행정병 노먼 이등병이 배치된다. 노먼은 첫 참전 전투에서 어린 독일 병사를 보고 사격을 하지 않자 그 병사의 공격에 아군 소대장의 차량이 불타면서 소대장이 전사하고 만다. 이에 ‘워 대디’는 포로로 잡힌 독일군을 사살하라고 시킨다. 따를 수 없다는 노먼에게 전쟁터에서 죽이지 않으면 너와 너의 전우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진격 중에 접수한 마을에서 ‘워 대디’의 배려로 노먼은 ‘엠마’라는 소녀와 잠시 사랑을 나누지만, 독일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엠마는 숨지고 만다. 이러한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순수했던 노먼은 점점 전쟁의 화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E. 마지막 결전에서 ‘워 대디’의 전략은?
대전차 지뢰에 캐터필러가 터져 더는 움직일 수 없는 탱크<퓨리> 안에서 숨어서, 마치 전차가 격파 당한 것으로 위장하고, 독일군 시체에 미군의 군복을 입혀 미군 전차 요원으로 보이게한 다음, 시신 위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뒤 아군의 보급선을 공격하기 위해 진군해오는 독일 친위대가 최대한 가까이 올 때까지 숨을 죽여 기다린다. 전차안에서 최후의 전투를 위해 남은 술 한 병을 팀원들과 나눠마시고, 노먼에게 전쟁 머신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전의를 다진다. 마침내 지나던 독일 SS 부대가 탱크의 해치를 여는 순간 전차 밖으로 수류탄을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모든 화력을 동원하여 SS 부대에 기습공격을 가한다. 탄약이 다한 후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지면서 워 대디를 비롯한 전차원들은 장렬하게 전사하고, 워 대디가 명령한 대로 노먼은 탱크 하부에 있는 해치를 통해 탈출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극한의 전투에서 당신의 탱크(Fury)를 사수하라!
< 에필로그>
이 영화에서 탱크 <퓨리>는 단순한 전차가 아니다. 바로 ‘워 대디’를 비롯한 5명의 전차 대원들의 ‘집’이고 ‘직장’이고 ‘삶의 터전’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리더 ‘워 대디’는 모든 대원이 절망과 공포에 휩싸여 있을 때 자신은 “우리 사전에 후퇴란 없다. 이 탱크가 내 집이다(This is my home)!”라고 하면서 자신 혼자 탱크에 남아 끝까지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외친다. 이 장면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현재의 여건과 주어진 공간의 소중함을 얼마나 깊게 인식하고, 역경을 피하지 않고 치열하게 이 진지를 사수하는 노력을 다했나를 생각하게 된다. 탱크<퓨리>는 다시 한번 한계를 뛰어넘는 치열함으로 재무장하여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삶의 공간 임을 일깨워 준다. ‘ 워 대디’가 “이상은 평화롭지만, 역사는 폭력적이다(Ideals are peaceful, History is violent).”말처럼 현실 속에서 막연한 낙관주의가 아닌 자신과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한 실체적인 노력은 엄중한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