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11개월 연속 동결했다.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강 인민은행장은 “유동성 공급 여지가 남아 있다”며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22일 1년 만기 LPR을 전달과 같은 연 3.85%로 고시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도 지난달과 같은 연 4.65%로 유지했다. 두 LPR은 지난해 4월 각각 0.2%포인트 내려간 이후 이달까지 11개월 연속 동결됐다.

중국은 지난 11일 폐막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통화정책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지침을 내놓는 등 긴축정책을 펼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지난해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풀린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등에서 거품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정부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시험실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가계·기업·정부, 금융업 제외) 비율은 지난해 말 270.1%로 1년 전보다 25%포인트나 치솟았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55.8%에서 62.2%로, 기업부채 비율은 155.6%에서 162.3%로 뛰었다.

인민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에 갑작스러운 충격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은행장은 20일 국무원 개발연구재단이 주최한 중국발전포럼에서 “중국은 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유동성을 공급할 여유가 남아 있다”며 급격한 유동성 축소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국무원은 중국의 행정부이며 인민은행은 국무원을 구성하는 부처 중 하나다. 대부분 국가가 중앙은행에 어느 정도 독립성을 주는 것과 다른 부분이다.

시장에선 중국 경제 회복세를 볼 때 하반기엔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최근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2명을 교체한 것도 재정·금융정책 전환을 위한 준비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진단했다. 인민은행은 최근 임기가 끝난 기존 위원 자리에 차이펑 중국사회과학원 이코노미스트와 왕이밍 중국국제경제·외환센터 부소장을 선임했다.

왕 부소장은 중국발전포럼에서 “경제 회복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생기고 있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집중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5년간 평균 5.0~5.5%의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