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관리자들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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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제도, 여수, 울산 등지의 기업체에서 공장 현장관리자들을 대상으로 몇 달 째 강의를 하고 있다. 강의 진행과정에서 현장관리자 분들께 “요즘 가장 힘든 고민이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이나 문제점 중에 “인력부족”이 많았다.
아니? 실업자가 200만 명이 된다는 나라에 어떻게 일할 사람이 없을 수 있는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의 현장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지역에서(참고로, 우리 나라 평균 국민소득은 23,000달러 정도 된다고 하지만 울산, 거제, 여수, 천안 등지의 국민소득은 30,000달러에서 35,000달러라고 함) – 어찌하여 일 할 사람이 없어 관리자들이 고생을 하고 있는가?
오늘 오전 시간에는 한 관리자가 일어나서 발표를 했다.
“납기일을 맞추어야 하는데 갑자기 결근을 하는 직원이 있습니다.
10년 이상 갈고 닦아야 할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합니다. 직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교육시킬 기회조차 없습니다.
한마디로 일하기 싫다는 겁니다. 이렇게 좋은 회사에 근무하기 싫다니 기가 막힙니다.”
쉽고 재미있는 일, 적성에 맞는 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일을 찾아 막연히 방황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돈 쓸 곳은 많은데, 큰 돈 좀 벌고 싶은데, 원하는 일은 없고, 힘든 일은 싫고, 지방근무는 더욱 싫고,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시간과 세월을 날리고 있는 청춘들이 많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배를 만들고, 초대형 시추선을 만들고, 석유탐사선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장대하고 웅장한지, 현장을 보지 못하면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곳에서 수 만 명이 어울려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며, 기술과 기능과 관리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우수 인재와 기술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운영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힘든 기술이나 어려운 기능이나 복잡한 업무관리나 모두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 일은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다. 책으로 배워지는 게 아니다. 땀과 눈물과 피를 아끼면 배울 게 없다.
전 국민의 75% 이상이 대학을 나온다고 해도 그들이 모두 사무실에서 흰 셔츠를 입고 펜만 굴릴 수는 없다. 어차피 따뜻하고 시원한 빌딩 안의 일자리는 정해져 있다. 일자리는 정부의 기금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원하는 일자리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다.
올해 3월 초, 어느 대학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남학생이 던진 고민이 잊혀지질 않는다.
“저는 자동차를 고치고 만드는 게 즐겁습니다. 어려서부터 장난감 자동차를 좋아했습니다. 자동차 공장에 가서 일하고 싶습니다. 이 다음에 카 레이서도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교수인 부모님의 권유로 억지로 대학에 들어 왔습니다. 3년 동안 전공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 1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찾지 못하는 그 대학생은 불쌍해 보였고, 그의 부모는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스스로 해답을 찾지 못하는 그들에게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