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흔적





지난 2000년 눈수술을 받아 연초 석달

동안


엎드린 자세로 참회를 많이

했다.


9월에는 <

․>이란 시집을

냈다.




천 권을 내도 우루루 들어오는

반품,

볼품없는

시집이렸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부여잡고

외줄타기를 해 봐도


나 아직 살아 있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글을 올려 봐도


잡히지 않는 하나님을 잡고 어설픈

기도를 드려 봐도


돌아오는 건 허연 머리카락과 쓰디쓴

자조의 한숨뿐





석 자 이름 한 번 불리지 않아

가슴은 저리고


삭아들어가는 몸을 모른 채 꿈은

시들지 않고


이제는 남은 날들이 더

적고,

더 어려운

나이인데


나이값도 못하고 아직도 오만과

독선뿐이다.





나 살아온 길 모래사장의 첫 발자국도

아니고


마지막 발자국도 아닌 그저 하나의

흔적인데


영원하지도 못할 그 발자국 때문에

무얼 그리 애닯으랴


똑같은 흔적인데 저 파도의 흔적과 나

초라한 발자국의 흔적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이 한밤 나는 두 흔적으로 또 눈오는

밤을 새우리.





2001.

12. 31.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