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미스’여 속지마라! 「행복은 균형이다」

몇 달 전에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과 한 팀이 되어 1주일 정도 같이 일한 적이 있었다. 굳이 유행어를 빌려 표현한다면 그녀는 이른바 ‘골드미스’ 였다. 서먹함이 걷혀질 즈음 그녀가 자신의 입장에 대해 물어왔다.

“직업적으로는 성공한 것 같은데 행복하지는 않아요, 왜 그럴까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를 것이고 만족의 조건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생각해 본 후 나는

“균형이 맞지 않아서 일겁니다”라고 답한 후
“직업적으로는 프리랜서로 활동할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은 상태이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은 없지만, 결국 가정을 꾸리지 않고 있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는 요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라고 말해주었다.
내 말에 동의를 하는지 아닌지는 즉시 반응이 없었으므로 알 수 없었다.

인생발달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은 30대에 들어갈 즈음 꼭 갖추어야 할 것으로 다음 4가지가 중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즉 ①인생설계를 마치고 꿈을 확정하는 것 ②직업을 갖고 경력을 개발해 나가는 것 ③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 ④가르침을 줄 멘토를 얻는 것 등 4가지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명료한 비전을 확립하고 적령기에 결혼하여 확장된 가족과 멘토의 후원을 받으면서 일과 직업 활동을 통해 그 꿈을 이루어 나가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성공적이라는 연구결과로 뒷받침해주기도 한다.

위의 주장에 비추어 볼 때 그녀가 갖추지 못한 것은 「가정」이었다. 예일대학의 대니얼 레빈슨 前 교수는 가정은 근본적 의미에서 개인의 삶을 위한 중심부이며 본거지라고 말하며 가정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곳은 우리가 진정으로 ‘온전한 자신’으로 성장하는 곳이다. 우리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가정을 가꾸고, 그 안에서 가장 충만하게 성장할 수 있다. 그 곳은 우리가 휴식을 취하고, 놀고, 사랑하고, 여러 종류의 영양을 공급받으며, 사적인 영역의 세계와 여가를 즐기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강한 정서적 관계를 갖는 곳이다.“

가정의 의미를 크게 볼 때, 보살핌을 주고받는 데에 있다고 한다.「보살핌(taking care)」은 첫째, 보살핌을 주는 것(돌보는 사람이 되는 것). 둘째, 보살핌을 받는 것(돌봄을 받는 것). 셋째, 자기 스스로를 돌보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보살핌을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자신이 효율적이고 유능한 어머니라는 행복감을 얻을 수 있고, 모성을 재경험(remothering) 함으로써 상징적으로 보살핌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남편과 가족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음을 느낀다고 한다. 가정이 있으면 혼자 사는 것 보다 더 행복하다는 의미이다.

한 사회학자는 골드미스에 대해 “후기산업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걸맞은 인간형이 탄생했다”고 거창하게 평가했다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새로운 소비계층을 만들어 내기 위해 업계가 만들어 낸 허상이다” (동아일보 정효진 기자).
“골드미스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에 따라 나타난 신흥계층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새로운 소비층을 찾아내려는 업계의 노력이 만들어낸 허상 내지 환상이다”(한국경제신문 박성희 논설위원).

또 독신을 선택하여 살고 있다는 황영화(자유기고가)님도 “진정한 싱글이 되려거든 먼 미래에 쓸쓸한 노년을 맞지 않기 위해서 특별한 노력을 해야한다. 화려한 실버 싱글로 사는 것은 젊은 싱글보다 몇 백 배는 더 어려울 것이다. 싱글의 미래는 어쩌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려운 미래를 맞지 않기 위해 남보다 두 배로 노력하고 자기투자에 힘을 기울이자”고 강조하고 있다. (동아일보 기고문).

지난해 쌍춘년을 그냥 보내고 올해는 반드시 결혼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30대 초반의 후배 여사원은 지난 주말에도 배필을 찾기 위해 선을 봤다. 그 여사원의 월요일 출근 표정이 밝았다. 팀원들의 얼굴도 덩달아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