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구에 실험장치 실어 성층권서 화성 조건 실험
지구에서 사는 미생물 중 일부는 화성과 같은 악조건에서도 어느 정도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래 유인 탐사에서 미생물이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이해와 자원 활용 기회를 열어놓는 결과로 평가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독일항공우주센터(DLR)는 성층권에 미생물 실험 장치를 띄워 화성 조건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분석하는 연구에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과학 저널 '미생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icrobiology)를 통해 발표했다.

프런티어스에 따르면 연구팀은 화성과 같은 인공 대기를 채우고 똑같은 기압을 유지하는 실험 장치인 '마즈박스'(MARSBOx)에 미생물 시료를 채운 뒤 과학 기구에 실어 성층권 위로 보냈다.

지구 표면에서는 화성과 비슷한 환경을 찾거나 만들기가 어렵지만, 오존층 위에 있는 성층권에서는 자외선이 화성과 비슷하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마즈박스에는 미생물 시료가 이층으로 담겼으며, 위층 시료만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도록 설계됐다.

위층 시료는 성층권 비행 과정에서 인간 피부가 화상을 입을 수 있는 양의 1천배가 넘는 강한 자외선에 노출됐다.

연구팀은 이 실험 장치를 통해 과학기구의 비행 중 건조 상태나 대기, 온도 등의 변동에 따른 변화와 자외선 복사의 영향을 분리해서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팀 실험에서 마즈박스 내 모든 미생물이 살아남은 것은 아니지만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검출된 적이 있는 검은 곰팡이 '아스페르길루스 니게르'(Aspergillus niger)가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DLR 박사과정 대학원생 마르타 코르테상은 "과학 기구에 실험 장치를 실어 성층권으로 띄워 보내는 새로운 방식으로 박테리아와 곰팡이류를 화성과 같은 조건에 노출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면서 "검은 곰팡이 포자와 같은 일부 미생물은 매우 강한 자외선 복사에 노출됐는데도 생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신체와 음식,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된 미생물이 우주 환경에서 얼마나 견뎌낼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미래 우주탐사의 성패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외계생명체 탐사 과정에서 발견한 미생물이 지구에서 묻어서 간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DLR의 카타리나 지엠스는 "화성 유인 탐사를 추진하고 있어 인간 관련 미생물이 화성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는지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부 미생물은 지구에서 가져가지 않고 현장에서 식량을 생산하고 물품을 공급해주는 귀중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원거리 탐사에서 필수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