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 타투 시술, 30년 동안 '불법'으로 남아…"음지에서 부작용 커져"
타투업계, 헌법소원 제기·'문신사법' 제정 추진 등 양성화 추진
외국선 정부가 타투산업 감독하고, 위생관리 등 규제

타투 300만 시대 / 연합뉴스 (Yonhapnews)
탐사보도팀 = 타투(문신) 인구 300만 명, 반영구 시술을 받은 인구가 1천만 명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올 정도로 타투는 이제 급속한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해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사실상 불법화한 1992년 대법원판결 이후 타투 시술은 법 제도의 영역이 아닌 '음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타투 시술과 관련된 위생 법규 등이 없다 보니 고객이 비위생적 환경에서 시술을 받다가 부작용을 겪어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기 일쑤다.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이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노린 손님들의 협박으로 타투이스트가 돈을 갈취당하는 사례 또한 빈번하다.

반영구 화장까지 합쳐 최대 20만여 명이 관련업계에 종사하고,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불법'이라는 낙인 대신 합리적인 양성화를 통해 법과 제도의 틀 안으로 타투산업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타투 산업이 성숙한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정부가 타투이스트의 자격과 활동, 타투숍의 위생 관리 등을 적극적으로 감독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타투 300만 시대]⑤ "문신 부작용 막자"…양성화 방안 논의 활발
◇ '음지'에서 성장하다 보니 부작용 속출…"양성화로 부작용 최소화해야"
직장인 김모(23) 씨는 수년 전 왼쪽 정강이에 타투 시술을 받았다.

시술 이후 김씨는 타투 시술을 받은 부위가 종종 붓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그는 "전날 술을 많이 마시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시술 부위가 부어오르곤 한다"고 했다.

타투 시술이 법과 제도의 테두리 밖에서 성장한 결과 1992년 대법원 판결의 본래 의도에 역행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공중보건상 위험으로부터 피시술자를 지킬 적절한 제도적 관리나 규제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다.

의료면허를 가진 타투이스트인 조명신 빈센트의원 원장은 "타투이스트들의 타투 시술 자체가 '불법'인 현실에서 어떻게 이들에게 일회용 바늘 사용 등 공중보건위생관리법 규정에 맞는 위생적 영업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시술받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법적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적으로 타투용 염료의 경우 수입 목록과 실제 제품이 같은지만 확인한 채 안전성 검사도 없이 세관을 통과한다.

이렇듯 허술한 안전 관리로 인해 불법 상표를 부착한 제품 등 상당한 규모의 무허가 시장이 형성됐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타투를 한 뒤 시술 부위가 붓고 진물이 난다', '시술 부위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간지럽다', '부기가 빠지지 않는다' 등 타투 시술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타투를 경험한 171명을 대상으로 타투 시술 후 부작용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20.6%에 달했다.

[타투 300만 시대]⑤ "문신 부작용 막자"…양성화 방안 논의 활발
이는 정부 차원의 감독 부재로 인해 타투업계의 철저한 보건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타투이스트 1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초음파 세척기, 건열멸균 소독기, 고압증기 멸균기의 보유 비율은 각각 32.6%, 21.7%, 12.5%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 차원의 감독이 이뤄지지 않자 타투이스트들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타투유니온지회는 녹색병원과 협력해 만든 '타투 위생 및 감염관리 지침'을 조합원들에게 배포하고, 타투예술문화교육센터를 오는 25일 개원하기로 했다.

여기서는 타투이스트들에게 보건 관리 등을 교육한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제도적 관리체계의 부재로 인해 부작용이나 감염 같은 사회적 비용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타투산업이 양성화되고 법 제도 영역의 관리체계가 생겨야 이러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타투 300만 시대]⑤ "문신 부작용 막자"…양성화 방안 논의 활발
◇ 헌법소원 내고 '문신사법' 추진 등 양성화 논의 활발
타투이스트와 고객 모두를 위해 타투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가운데 양성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제도적 양성화를 요구하며 타투업계가 주장하는 방안 중 하나는 '문신사법' 입법이다.

문신사법은 국가가 '문신사'라는 직업을 신설해 자격 요건과 면허 취득 요령, 보건 규정, 업무 범위 등을 관리·규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에 따르면 전문대졸 이상 학력자가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하는 국가자격증 시험을 통과, 문신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지역 당국에 신고하면 타투이스트로 영업할 수 있게 된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미 수많은 나라에서 타투는 전문직업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다"며 "입법을 통해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고 이를 관리할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은 "(문신사법과 같은) 제도화를 통해 규제와 관리 시스템이 확립되고,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 영역과 분리해서 볼 수 있게 된다면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타투 300만 시대]⑤ "문신 부작용 막자"…양성화 방안 논의 활발
하지만 일부 타투이스트들은 문신사법이 지난 17대 국회부터 이번 국회에 이르기까지 매번 발의됐지만 모두 입법에 실패했다는 점, 타투는 의료행위가 아닌 '예술행위'이므로 보건복지부가 자격증을 발행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점 등을 들어 이를 비판적으로 본다.

타투이스트들이 모여 만든 노동조합인 타투유니온 등 여러 단체는 그 대안으로 헌법소원과 공중보건위생관리법 일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1992년 대법원 판례가 헌법에서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 '표현·예술의 자유'를 부정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을 맡은 법무법인 오월의 곽예람 변호사는 "지금은 의과대학에서 타투 시술과는 무관한 수련을 통과한 사람만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직업의 자유'를 크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헌법소원이 인용된다고 해서 타투 산업이 즉시 양성화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에 대한 구체적 법령과 규제 근거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타투이스트들은 미용실 등의 업종에 대한 위생 기준을 명시한 공중보건위생관리법 일부 개정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이 법에 타투업종을 포함해 규제하면 새로운 법을 제정할 필요 없이 타투이스트들이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이다.

[타투 300만 시대]⑤ "문신 부작용 막자"…양성화 방안 논의 활발
◇ 외국선 정부가 나서 타투산업 규제하고 위생 등 관리
타투가 일찍이 대중화한 서구권 국가들의 경우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에서 타투 관련 규제를 마련, 시행한다.

2016년 유럽연합(EU)이 1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국가에서 타투를 시술받은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12%에 이르렀다.

미국은 타투 시술 경험자가 24%에 달했다.

인체에 직접 주입되는 타투용 염료의 경우 미국에서는 이를 화장품으로 취급해 관리한다.

유럽은 타투용 염료에 특정 성분을 넣는 것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규제한다.

영토가 넓고 주마다 자치권이 폭넓게 인정받는 미국에서는 타투이스트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가 없다.

대신 주 정부의 규제 권한을 폭넓게 인정해 대부분의 주가 타투와 반영구 화장 시술자에 대한 면허 제도를 운영한다.

영국의 경우 지방정부가 타투 작업장(타투숍)에 자격 면허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타투 산업을 규제한다.

타투숍이 고용하는 타투이스트는 면허가 필요 없고, 대신 타투숍이 고용인에 대한 책임을 진다.

타투숍이 개업하기 위해서는 시설과 장비, 고용인의 경력 등에 대한 지방정부 환경보건국의 방문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개업 뒤에도 매년 단속반의 심사 평가에 합격해야 한다.

타투업계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인증 제도도 있어 표준 위생절차와 기준을 따르도록 유도한다.

타투업계는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관련법을 제정, 타투 시술의 양성화로 공중보건상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9년 보고서에서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타투 시술자의 자격과 업소 관리 규정을 포함한 법이 마련된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안전관리를 위한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관련법 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은 "타투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표준 계약서를 마련하고 근로자 건강검진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타투 산업을 양성화하고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탐사보도팀: 권선미·윤우성 기자, 정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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