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의 비결은 비정유 부문의 선전이었다. 에쓰오일은 4분기 정유사업에서 897억원의 적자를 낸 반면 석유화학사업에서 727억원, 윤활기유사업에서 1101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정유 부문에선 여전히 이익을 못 내고 있다”며 “하지만 석유화학 부문에서 산화프로필렌(PO) 등 일부 제품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올라 흑자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이 공개한 4분기 PO 제품 마진(스프레드)은 t당 1098달러로, 전 분기(595달러) 대비 85% 급등했다. 2014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에쓰오일은 PO 생산능력을 현재 연 30만t에서 조만간 약 34만t으로 끌어 올릴 예정이다. 또 공장을 최대한 가동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사업 확대를 위해 2018년 말 잔사유 고도화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석유화학 원료로 값싼 중질 잔사유를 사용해 프로필렌과 에틸렌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 중이다. 또 프로필렌을 하류시설에 투입해 폴리프로필렌(PP), PO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정유 사업에선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다. 4분기 에쓰오일의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했다.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해외 판매 자회사와 협업을 통해 생산 물량을 해외로 돌린 게 주효했다. 에쓰오일의 4분기 수출 비중은 중국(26.8%), 일본(17.3%), 호주(13.2%), 미국(11.0%) 순이었다.
에쓰오일은 올해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어 정유 사업의 부진을 만회해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