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은행이 HMM(옛 현대상선)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스코가 유력 인수후보로 떠올랐다. 포스코는 "HMM 인수 추진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재계에서는 여전히 포스코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흥아해운의 워크아웃(기업 개선) 절차에서 보여준 포스코 자회사의 행보도 이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흥아해운의 매각 절차를 주도하고 있는 채권단은 지난 4일 워크아웃 기한을 내달 말로 연기했다. 지난해 STX컨소시엄과 우선협상이 깨진 뒤 장금상선이 흥아해운 신주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주채권자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새로운 원매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돌연 장금상선의 흥아해운 인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채권단 지분 출자전환을 제안했다. 이후 협상을 거듭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장금상선은 최근 공동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출자전환 여부, 출자전환 범위를 놓고 채권단 간 의견 조율 절차가 남아있어 넘어야 할 단계는 많은 상태다. 채권단은 공정성 시비를 우려해 향후 스토킹호스 상태로 입찰을 진행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흥아해운 채권 1000억원 가량을 보유한 주요 선박 투자자이자 채권자다. 흥아해운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투자한 선박 4척을 용대선하고 있는데, 이 선박들에 대해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협조가 있어야 흥아해운에 대한 정상적인 복원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흥아해운과 채권단은 흥아해운의 상장 유지 기한(4월) 전까지 워크아웃 M&A가 완료돼야 하는 만큼 막판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 최대 화주(貨主)인 포스코가 해운사 지분 취득에 나설 경우 한국선주협회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해운업법 등에서 제철원료, 액화가스 등의 화주나 사실상 소유·지배하는 법인이 해운사의 지분을 40% 이상 확보하면 해양수산부장관 산하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돼있는 것도 화주의 해운업 진출에 대해 까다롭게 심사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포스코 입장에서는 물류비 절감 차원에서 해운 진출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그룹은 연간 약 1억6000만t의 철강 원자재와 제품 등을 배로 실어나른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연간 전체 물류비는 총매출 대비 10% 수준으로 작년에만 6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에는 그룹 내 물류 업무 통합 운영법인 '포스코GSP(가칭)'를 출범해 물류업 진출 꿈을 이룰 듯 보였지만 한국선주협회 등 해운업계의 반발로 철수했다. 대신 최정우 회장 직속으로 물류사업부를 신설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흥아해운 인수 시도는 채권단 지위에서 출자전환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선주협회 등의 반발에 대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산업은행이 조기 민영화 방침을 밝히면서 불거진 HMM 매각설에서 포스코가 주요 인수후보로 거론된 배경에도 이같은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시도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흥아해운 지분을 원하는 것도, HMM 인수설의 단골 손님으로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