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기업, 홍콩언론사 최대주주…'교양과목' 개정추진
홍콩에서 짙어지는 '중국 그림자'…언론·교육 영향력 확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7개월간 97명이 체포된 가운데 홍콩에서 '중국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내 반대파 제거에 팔을 걷어붙인 동시에 교육과 언론계에서도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선전(深圳)의 부동산 대기업 카이사(佳兆業)그룹의 후계자인 26세 부회장 쿽히우팅은 지난달 28일 홍콩 성도신문집단의 지분 28%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성도신문집단은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인 '성도일보' 외에 중국어판 '터우탸오'(헤드라인데일리)와 영어판 '스탠다드' 등 2개의 무가지를 거느리고 있다.

SCMP는 이번 인수가 중국 재계 거물이나 중국 기업이 홍콩 언론을 소유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됐다고 전했다.

앞서 SCMP는 2015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인수했다.

'중국의 루퍼트 머독'으로 불리는 리루이강(黎瑞剛)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 회장은 홍콩 최대 무료 방송인 TVB에 투자했다.

홍콩은 오랜세월 넓은 스펙트럼의 언론매체가 다양한 목소리를 내 온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중국이 홍콩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언론의 스펙트럼은 급격히 좁아졌고, 중국 중앙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사그라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국 기업이 또 하나의 언론을 인수해 중국 자본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에서 짙어지는 '중국 그림자'…언론·교육 영향력 확대
이와 함께 홍콩 정부는 고등학교 시사교양과목인 '통식'(通識科)에 대한 개정안을 내놓았다.

3일 명보에 따르면 홍콩 교육부는 전날 48쪽 분량의 개정안을 각급 학교에 내려보냈다.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오는 9월 학기부터 적용될 통식 개정안은 기존 250시간이었던 수업시간을 130~150시간으로 단축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개혁개방·국제사회와 상호연결 등 3가지 주제를 신설했다.

또한 국가안보와 준법정신, 애국심 교육이 강화됐으며, 특히 "중국은 홍콩에 대해 반론의 여지가 없는 통치권과 사법권을 가진다"는 부분이 강조됐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중국 수학여행 의무화도 언급됐다.

앞서 홍콩 정부는 친중 세력을 중심으로 '통식' 과목이 반정부 시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제기하자 지난해 11월 교과 전면개정 계획을 발표했다.

2009년 필수과목이 된 '통식'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방식을 키우는 과목으로, 중국에는 없다.

교과목 명칭 변경도 추진된다.

통식의 영어명이 교양 과목을 뜻하는 '리버럴 스터디'(liberal studies)이기 때문이다.

친중 진영에서 '리버럴'이 개별 단어로서 '자유민주주의' '자유주의'를 뜻하는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새로운 명칭 후보로는 '공민과 국가' '국민과 사회' 등 5가지가 제안됐다.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능력을 저하시키고 수업 분위기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명보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