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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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해 정국이 혼란으로 접어들자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군부가 통신망을 끊으면서 지난 1일에는 현지 금융영업이 ‘올스톱’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2일 오전부터 속속 영업이 재개됐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쿠데타가 향후 현지에서의 사업방향을 틀어야 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은행 12개와 손해보험사 1개, 여신전문금융사 8개 등 총 21개다. 국내 금융사들은 미얀마가 '금융 개방'을 선언한 2014년 전후로 진출을 시작했다. 2015년 25년만에 자유 총선이 치러진 직후인 2016년 신한은행이 국내 은행 중에선 처음으로 '지점 인가'를 받았다.

현지 경제성장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카드사와 캐피털업체들은 현지에 소매금융 영업을 할 수 있는 ‘마이크로 파이낸스’ 법인을 속속 세우기도 했다. 금융사 관계자는 “매년 6~7%성장하는 미얀마에 진출해 동남아 공략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국내 금융사들이 진출 러시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까지도 현지 공략에 열을 올린 가운데 금융사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이다. 국민은행은 쿠데타 발생 불과 4일전인 지난달 28일 현지법인 출범식을 열었다. 산업은행도 현지 기업금융을 위한 지점을 지난달 7일 열었고, 농협은행은 작년 10월 현지 공략 강화를 위한 사무소를 열었다. 미얀마 군부는 2일 민주정부의 장관을 끌어내리는 인사를 했다. 국내 금융사들의 소통하던 정부 측인사가 한꺼번에 교체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주재원과 현지에서 고용한 직원들의 안전이다. 본사가 모여있는 양곤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재구금된 수도 네피도 주변에선 약탈과 방화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관계자는 “은행보다는 일반인들과 직접 이용이 많은 마이크로 파이낸스 법인의 영향이 클 것”이라며 “군부가 완전한 집권에 성공할지, 집권 후 금융, 경제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따라 미얀마 사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박진우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