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인공지능만큼 중요한 볼트와 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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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AI·비대면 등 첨단산업에만 관심
뿌리산업 등 전통제조업 경쟁력 높여야
이정선 중소기업부 차장
뿌리산업 등 전통제조업 경쟁력 높여야
이정선 중소기업부 차장
![[편집국에서] 인공지능만큼 중요한 볼트와 너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07.14583871.1.jpg)
정부의 무관심 때문일까. 첨단산업을 칭송하는 온갖 레토릭 속에 묻힌 중소제조업의 환경은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각종 규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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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내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9.3%를 차지한다. 일자리의 원천도 제조업이다. 제조업이 창출하는 민간 일자리는 전체 산업 가운데 가장 많은 400만 개에 이른다. 더욱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제조업의 존재 의의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는 데 버팀목 역할을 한 것도 제조업이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경제의 진정한 영웅은 제조업”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업은 한물간 산업이 아니다. 중소제조업의 기반인 뿌리산업에 속하는 주물, 금형업 등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때 큰 격차가 있던 일본과의 기술력 차이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한국의 자동차나 휴대폰 수출은 이런 중소기업들의 부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해외에선 한국의 뿌리산업을 첨단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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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현재 제조업이 지니는 시대적 함의를 정부는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예를 들어 3만2000여 개에 이르는 뿌리기업을 지원하는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중기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60억원 선에 불과하다. 올해 중기부가 비대면 스타트업에 쏟아붓는 예산(300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스타트업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냄비처럼 달궈지고 있는 쏠림을 경계하자는 얘기다. 정밀하게 가공된 볼트와 너트가 없으면 전기차도, 드론도 만들 수 없다. 1986년 공중에서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사고 원인은 ‘고무 패킹(O-ring)’의 불량 탓이었다.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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