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 두번째)이 22일 서울 석촌동 배민아카데미를 방문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오른쪽 첫번째),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두번째) 등과 교육장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 위원장은 우아한형제들도 디지털 시장의 소비자 권익 보장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국내 1위 배달앱(운영프로그램)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 14일 입점업체 검색 시 '배달 빠른 순', '배달팁 낮은 순'으로 정렬할 수 있도록 새 필터를 적용한지 일주일,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소비자는 "필요한 기능"이라며 반기는 반면 식당 점주들은 경쟁을 촉발시켜 배달원의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비자 "시간· 배달료 아낄 수 있다…필요한 기능"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배민은 배달 시간이 적게 소요되는 순, 배달료를 적게 지불해도 되는 순으로 업체 리스트를 볼 수 있도록 신규 필터를 적용했다.기존 정렬 방식에서는 '울트라콜', '오픈리스트' 등 광고 상품에 가입한 업체들이 상단에 노출됐지만, 이번에 새로 적용된 필터에서는 광고 상품이 노출되지 않는다.이를 두고 소비자는 '필요했던 기능이 드디어 적용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대학생 박다영 씨(26)는 "떡볶이 하나 시키는데 배달 시간이 1시간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시간이면 밖에 나가서 먹고 와도 충분하겠다 생각하곤 했다"고 말했다.박 씨는 "밖에 나가기 귀찮아 배달을 시키기도 하지만 이동 시간을 아끼려는 의도에서 시키기도 하지 않느냐"며 "배달 시간이 적게 걸리는 순으로 업체 리스트를 보고 주문할 수 있으니 매우 편하다"고 평가했다.주로 혼자 음식을 주문하는 직장인 김희중 씨(33)는 "음식값이 8000원인데 배달료가 4000원인 경우도 있었다"며 "아무리 배달 서비스가 편하다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돈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료 낮은 순으로 업체를 정렬해서 볼 수 있으니 배달료에 들어가는 지출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영업자 "배달원 안전사고 위험 높아져…비용 부담도 전가"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정렬 기준이 배달원의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염경훈 씨(41)는 "아무래도 배달원의 안전사고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데 배달을 빨리할수록 상위에 노출해주는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씁쓸해했다.업주들의 불만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지난 18일 한 청원인은 '배달의 민족 정책 변경 횡포에 대해 청원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빠른 배달을 추구하다 보면 안전사고 위험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해당 시스템을 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돌이킬 수 있다면 돌이켜달라"고 요청했다.이어 '배달팁 낮은 순' 정렬 필터에 대해서도 "기존 시스템에서 배달료 일부는 고객이, 나머지는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형태"였다며 "그런데 '배달팁 낮은 순'이 도입되면서 (리스트 상담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고객이 부담하도록 했던 비용까지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광고료 냈는데…매출 떨어진다" 지적도'울트라콜', '오픈리스트' 등 광고 상품에 가입해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던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소상공인·자영업자가 회원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한 자영업자는 "최근 배민을 통한 신규 유입이 급격히 줄어서 확인해보니 정렬 시스템이 변경됐다"며 "광고 효과를 위해 일부러 비용까지 지불했는데 '배달 빠른 순', '배달료 낮은 순'으로 노출한다니 당혹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또 다른 자영업자도 "광고비용을 늘렸는데 매출은 줄고 있다"며 "배민은 왜 이런 식으로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서 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냐"고 울분을 토했다.이에 대해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은 소비자 편의를 위해 시스템을 개편한 것이며 입점 업체들에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는 고객 사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항상 기능을 개선한다"며 "빠른 배달과 저렴한 배달비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많았고 그 부분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이어 "배민이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앱이 되면 결과적으로 입점 업체에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며 "새 정렬방식을 통해 주문하는 고객이 늘어나면 광고 상품에 대한 업주들의 부담과 의존도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수혜를 입은 기업이 타격을 입은 기업을 돕자는 취지의 '이익공유제'. 더불어민주당이 낸 이 정책의 핵심은 '자발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더 돈을 버는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 대상들을 돕는 자발적인 운동이 일어나게 하자"고 했다. 기업들의 팔을 강제로 비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기대만큼 자발적으로 손을 드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자 여당 일각에서 직접 나서서 이익공유제에 참여할 기업을 물색하는 분위기다. 박광온 민주당 사무총장 측은 오는 22일 배달의민족, 네이버, 카카오, 라이엇게임즈 등 4개 플랫폼 기업을 초청해 '상생 협력 사례 공유를 위한 정책간담회' 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 간담회는 비공개로 하고 이낙연 대표, 홍익표 정책위 의장도 배석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모두 난색을 표하면서 간담회는 무산됐다. 참석을 요청받은 기업 관계자에게 왜 거절했는지 묻자 "이익공유제와 관련한 얘기가 나오면 1호 기업으로 나서달라는 요청이 올 것이 분명하지 않느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연락을 받은 다른 기업은 "매출의 상당 비중을 상생 협력에 지출하고 있고 지금도 여러 정부부처에서 비슷한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어 더 나눠줄 수 있는 이익 자체가 없다"고 호소했다. 말이 상생 협력이지 회의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여당의 핵심 의제인 이익공유제 논의에 말려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간담회를 기획한 박 총장 측 관계자는 "이들 기업들이 어떻게 상생 협력을 하고 있는지 아이디어가 듣고 싶었을 뿐"이라며 "이익공유제 관련 토론이라고 말한 적이 전혀 없는데 해당 기업들이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해였다고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상생 사례를 배우려 했다면 협력사와 협업한 역사와 투자 규모가 더 큰 삼성, SK, 롯데, CJ 등 국내 대기업들을 부를 수도 있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상징성이 있는 기업이라서 선정한 것"이라며 "식품 제조기업인 대상·풀무원이나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 등의 상생 사례도 보고 있다"고 했다. 박 총장에게 직접 물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런 연락이 기업들에게 취해진 것을 전혀 몰랐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의원실 실무자가 한 일이고 처음 듣는 얘기라는 것이다. 이낙연 대표가 직접 참석하는 행사가 아니었냐고 재차 묻자 박 총장은 "이 대표는 모범이 되는 기업들을 격려하는 자리라면 어디든지 참석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익공유제는 참여 기업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게 핵심 내용인 만큼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익공유제 이슈가 불거지는 와중에 하필 상생 협력 사례를 연구해보자는 집권여당 최고위층 전화 한통을 각 기업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국회를 오래 상대한 한 기업의 대관담당자는 "배민, 카카오, 네이버 등 코로나19 수혜기업 이름이 여권에서 구체적으로 적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다른 기업들도 언제 이런 전화가 올지 몰라 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미성년자가 배달대행 서비스로 주류를 주문할 경우 배달원이 책임지도록 했던 불공정 계약 관행이 개선된다.공정거래위원회는 우아한청년들·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쿠팡 등 배달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회사와 배달기사 사이 불공정한 계약내용을 자율시정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기존 계약에서 배달대행 서비스업자들은 성인 확인이 되지 않은 이용자가 주류를 구매할 경우 이를 취소하는데 배달기사가 협조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해 회사에 법적 문제가 생기면 배달 기사가 자비로 회사를 면책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자율 시정에 따라 배달원이 사업자를 면책해야 한다는 조항은 삭제됐다.배달 관련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배달원이 회사에 일체의 책임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삭제됐다. 배달료 지급과 관련해서는 배달기사가 받는 기본배달료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또 사업자가 배달기사에게 자신의 사업장을 청소하도록 하는 등 계약 이외의 업무를 강요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조항도 신설했다.사업자가 일방적으로 판단해 배달원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던 조항도 개선된다. 사업자는 배달원이 계약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할 경우 계약해지를 사전에 통보하고 배달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들은 해당 내용을 올해 1분기 중에 자율시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계약서 개정으로 6000명 이상의 배달원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앞서 지난해 배달서비스 업계와 노동계는 배달서비스업의 발전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공정위는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자들이 배달기사와 직접 맺은 계약서에 불공정한 조항이 있는지 점검했고 이들 사업자는 자율시정에 동의했다.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자율시정안 마련으로 배달대행 업계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 개선되고 배달기사의 권익도 보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