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3)씨가 또 구속 기로에 섰다.

황하나 씨는 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서부지법 권경선 영장전담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심문 출석을 위해 오전 9시 54분께 법원에 도착한 황씨는 얼굴을 목도리와 마스크로 전부 가린 채 아무 말 없이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에게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경찰은 전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하나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전 11시 30분께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온 황하나 씨는 "마약 투약 혐의 인정하나", "전 연인에게 마약투약 관련 허위진술 강요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짧게 답하고 호송차에 올랐다.

황하나 씨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나'라는 질문이 쏟아진 것은 마약 혐의로 기소된 후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남자친구의 녹취록이 공개된 것 때문이다.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혐의' 황하나 법정 출석 (사진=연합뉴스)
집행유예 기간 중 '마약혐의' 황하나 법정 출석 (사진=연합뉴스)
MBC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남자친구 A 씨는 또 다른 지인에게 "지금 진술을 번복하러 가고 있다. 황하나는 끝이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지난해 9월 조사에서 "내가 자고 있는 황하나에게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했다가 12월 이를 번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A 씨는 이틀 후 사망한 채 발견됐다.

녹취록에는 "오빠는 황하나(에 대해서) 솔직하게 얘기할 거야. (경찰에) 딱 들어가서 ‘나는 황하나랑 같이 투약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서도 알아. 같이 투약한 거… 말이 되냐? 몰래뽕이… ‘몰래뽕 한 적 없습니다, 뽕쟁이는 황하나에요.’(라고 말할 거야.) 황하나, 끝이야 아웃"이라는 음성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A 씨의 유서에는 "황하나를 마약에 끌여들어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황하나 씨와 마약으로 연루된 2명중 A 씨는 사망했고 또 다른 지인은 극단적 선택 끝에 중태에 빠진 상태라 진술이 불가능하다.

황하나 씨는 2015년 5∼9월 서울 자택 등지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9년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형이 확정돼 현재 집행유예 기간에 있다.

그는 앞서 2019년 4월 구속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김가헌 변호사는 "집행유예 기간 중 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인된다면 집행유예가 실효되고 기존 형까지 추가로 가중처벌된다"고 말했다.

황하나 씨는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지인의 집에서 명품 의류, 신발 등을 훔쳤다는 절도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와 관련한 피해자 진술을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황하나 씨가 다시금 마약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자 남양유업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황하나는 남양유업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 측은 "황하나 관련 기사 속에 지속 '남양유업'이 언급이 되는 가운데, 당사가 받는 피해가 매우 막심하다"면서 "임직원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남양유업 대리점과 주주들 등이 무고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11년 전 고인이 되신 창업주를 인용하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라는 표현과 남양유업 로고, 사옥 사진 등 당사에 대한 언급은 지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황하나 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오후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