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파이어볼러 이승진 "감 찾으려 던지고 또 던졌어요" [엑:스토리]

[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두산 베어스는 작년 5월 29일 SK와 트레이드해 이승진을 영입했다. 김태형 감독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고 했다. 결과는 성공. 이승진은 선발, 중간,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 역할까지 수행할 만큼 두산 마운드가 안정될 수 있게 전천후 활약했고, 두산이 바라 왔던 파이어볼러로서 자리 잡았다.

그는 이적 뒤 데뷔 첫 승만 아니라 팀 내 비중 있는 역할까지 맡는 등 잊지 못할 시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고 해야 할까. (웃음) 선발로서 시작해 마지막에 마무리 투수까지 맡게 됐다. 시즌 끝나고 주변에서 많이 칭찬해 주셨다. 부모님께서 '자랑스럽다'고 해 주시니 정말 좋았다. 전화가 확실히 많이 왔다. 운이 좋았다. 기적이 일어났던 것 같다.`

스스로 기적이라고 칭했으나 보이지 않던 노력이 있다. 이승진은 `야구하며 열심히 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그런데 나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는 많지 않나. 단지 꾸준히 하려 할 뿐`이라고 손사래 쳤다. 실제 직구에 강점이 있는 그로서 구속을 유지하려 했던 노력이 적지 않았다. 그는 `구속이 142km/h 정도까지 떨어졌던 때가 있었다`며 `그때 오전 피칭 뒤 친구 데리고 가서 또 던지고 저녁 먹고 또 던졌다`고 말했다.

이승진은 한국시리즈 당시 인터뷰 때 `당시 배영수 코치님께서 '아직 파이어볼러가 아니다'라고 하셨다`며 웃더니 그 뒤 구속이 올라 포스트시즌에서 중책까지 맡게 됐고 배 코치에게 `많이 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151km/h 웃도는 직구를 믿고 던져 1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 멀티 이닝 세이브를 올렸다. 그 또한 `마무리 투수로서 한국시리즈에 등판했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며 `쫄깃했다고 해야 할까. 모창민 선배를 내보냈는데 '까딱하다가는 동점 되겠다' 싶더라. 그런데 긴장을 즐겼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맞고 나니 더 재미있더라`고 기억했다.
두산 파이어볼러 이승진 "감 찾으려 던지고 또 던졌어요" [엑:스토리]

과정 없는 결과는 아니다. 이승진은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작년 10월 9~11일 KT와 3연전을 돌아 봤다. 스스로 한층 성장했다고 여겼던 경기였다. 그는 `그동안 연투하면 구속이 느려졌다. '왜 느려지지. 빠르게 던질 방법이 없나' 하고 스스로 좋지 않게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때는 갈수록 공이 빨라졌다. 3연투 모두 잘 던졌다. 그래서 뿌듯했다. 1, 2연투할 때마다 공이 빨라지고 더 좋아지니까 '더 발전했구나' 하고 느꼈다`고 했다. 실제 3경기 3⅓이닝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 내용이 그 방증이다.

이승진은 관리의 중요성 또한 깨달았다. 그는 `꾸준히 하려 했고, 하루에 힘들게 몰아 하지 않으려 했지만 감을 되찾으려 공을 많이 던졌다. 물론 팔에 대미지가 덜 가도록 100% 투구는 하지 않았다`며 `어릴 때 구속 기복이 있었다. 프로 왔는데도 기복이 생겨 이제는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배들이 내게 '많이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회복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던지고 회복하는 루틴이 익숙해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진은 다음 시즌 역시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보직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그는 작년 시즌을 치르고 `롱릴리프까지는 아니지만 최대 2이닝 정도 던질 때 잘 집중할 수 있었다. 짧고 굵게 던지는 편이 나았던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또 `캠프 때 포크볼 연마만 아니라 제구, 구속 모두 작년만큼 유지할 수 있게 만들 것`이라며 `조금 잘했다고 방심하면 기복이 올 수 있으니까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새 시즌 각오는 `팀이 우승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