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6억 회.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스타트업 샌드박스네트워크에 소속된 유튜버가 한 달에 올리는 동영상 조회수다. 국내 유튜브 트래픽의 10~15%가 소속 유튜버를 통해 나온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장삐쭈, 떵개떵, 라온 등 구독자 100만 명 이상의 굵직한 유튜버가 다수 소속돼 있다.

활동명 ‘도티’로 잘 알려진 나희선 이사와 함께 회사를 국내 대표 MCN 기업으로 키워낸 이필성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사진)는 “‘K컬처’에 대한 해외 시청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노하우를 기반으로 중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활동 전방위 지원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연예 기획사가 연예인을 육성하고 관리하듯 크리에이터 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전담 제작자를 붙여 콘텐츠 기획·제작을 도와주고 기업 광고도 연결해 준다. 이런저런 사고가 나면 법률 지원, 대외 홍보도 해준다. 소속된 크리에이터의 유형과 특성을 5개의 페르소나로 분류한 뒤 최적의 활동 방향을 제시한다는 게 이색적이다. 이 대표는 “1인 방송으로 출발한 유튜버가 각자의 ‘미디어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에는 약 410개 크리에이터팀이 있다. 초기엔 게임 콘텐츠에 집중했지만 미용, ‘먹방’, 예능 등 차츰 다양한 영역으로 소속 크리에이터의 범위를 넓혔다. 회사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8년 282억원 규모였던 매출은 지난해 60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엔 9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소속된 크리에이터”라며 “이들이 활동 전반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회사로 키우자는 ‘서비스 정신’이 통했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소속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지식재산권(IP)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출판, 공연분야가 타깃이다. 내년까지 10개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케이블TV ‘샌드박스플러스’도 개국했다. e스포츠 법인 샌드박스게이밍을 통해 게임 ‘카트라이더’ ‘리그오브레전드(롤)’ 팀도 운영하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소속 크리에이터의 윤리의식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크리에이터가 영상을 올리기 전 지켜야 할 ‘체크리스트’ 형태의 윤리 강령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등 해외 시장도 공략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해외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중국 시장이 첫 번째 타깃이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지원할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유튜브 사용이 제한된 중국에선 현지 플랫폼을 공략한다. 지금까지 ‘비리비리’ ‘도우인’ 등 4개 플랫폼에 진출해 총 145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약 30명의 크리에이터 진출을 지원했다. 이 대표는 “중국에선 다양한 동영상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어 각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 제작과 관리를 돕는 게 역할”이라고 말했다.

국내 콘텐츠 시장성은 이미 검증됐다는 게 샌드박스네트워크의 판단이다. 회사가 올리는 유튜브 조회수의 약 40%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3년 뒤에는 해외 매출 비중을 30~4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최근 5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금은 약 900억원이다. 회사는 내년 주요 사업부문에서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디지털 콘텐츠 광고 시장은 기존 방송 광고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빠르게 커지는 유튜브 광고 시장을 토대로 기업공개(IPO) 초석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최한종/구민기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