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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그래도 산타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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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그래도 산타는 있다
    올해도 ‘그분’이 다녀갔다. 얼마 전 현금 4642만원과 손편지를 경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함에 두고 갔다. ‘그분’은 발신번호를 감춘 상태로 모금회에 전화를 걸어 “경기가 좋지 않아 작년보다 금액이 줄었다”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누적 기부액은 4억2900만원이다.

    충북 제천시 사회복지과에는 연탄 2만 장 보관증이 팩스로 전달됐다. 익명의 독지가가 18년 전부터 이런 형식으로 연탄을 기부하고 있다. 익명의 기부자 중에는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도 많다. 최근 대전 가수원동 행정복지센터에 100만원을 보낸 주인공은 노점상을 하는 80대 부부였다. 대전 대청동의 한 여성은 3년 동안 고철을 팔아 모은 돈 100만원을 건넸다.

    어제는 대구 ‘키다리 아저씨’ 얘기가 눈길을 끌었다. 2012년 1월부터 매년 1억원 이상 총 10억3500여만원을 기탁한 그는 “스스로와의 약속인 10년의 기부를 마지막으로 익명기부를 마무리한다. 더 많은 키다리 아저씨들이 나눔에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메모를 남겼다.

    올 겨울 구세군 자선냄비 등 공적 모금액은 크게 줄어드는 분위기다. 구세군 냄비 거리 모금액은 지난 20일까지 약 14억5000만원으로, 작년 동기(19억5000만원)보다 25%가량 줄었다. 코로나 사태와 정치 갈등이 겹친 올해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 인사의 도덕적 의무)마저 미진한 상태다.

    미국 오리건대 윌리엄 하보 교수에 따르면 기부를 할 때 우리의 뇌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즐거운 경험을 할 때처럼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늘어난다. 이름을 알리지 않고 남을 도울 때 더 그렇다고 한다. 셰익스피어 역시 “자선은 주는 자와 받는 자를 두루 축복하는 최고의 미덕”이라고 했다. 지금도 어디선가 혹한의 겨울을 따스한 도파민의 물결로 적시고 있을 수많은 ‘키다리 아저씨’와 ‘얼굴 없는 천사’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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