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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국가 R&D 100조'의 虛와 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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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조 중 7할이 기업 자체 예산
    정부 치적처럼 '포장'에 열올려

    이해성 IT과학부 기자 ihs@hankyung.com
    [취재수첩] '국가 R&D 100조'의 虛와 實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100조.’

    청와대가 지난 21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열면서 문재인 대통령 뒤에 큼지막하게 붙여놓은 슬로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폭증과 백신 미확보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커진 가운데 마련된 행사라 대통령 발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과학입국의 원대한 꿈” “R&D 투자 100조원은 세계 5위 수준” “혁신 강국이 될 것” 등 상투적 내용을 언급하기 바빴다.

    온라인 포털에는 “또 남이 써준 A4용지 읽기냐” “웅변대회 하냐” 등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일부는 “어떤 재원으로 100조원을 쏟아붓느냐”고 지적했다. 대통령 발언과 배경 슬로건을 보면, 정부가 마치 100조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는 이렇다. 가장 최근 통계를 보면 2019년 국가 R&D 투자 89조471억원 가운데 기업 투자가 71조5067억원(80.3%)이다. 이 가운데 68조5216억원(95.8%)은 정부 돈이 단 한 푼도 안 들어간 기업의 순수 R&D 자금이다. 68조5216억원 가운데 62%가량은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돈이다. 나머지 38%는 중견·중소·벤처기업이 투자했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 등 전자제품·통신장비 제조업 투자가 50%를 넘는다.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장비 투자가 뒤를 이었다. 결국 그동안의 증가세를 감안한 내년 기업 R&D 투자 예상액 73조~74조원에 내년 정부가 공공연구소, 대학 등에 투입하는 R&D 자금 27조4000억원을 합해 100조원이 ‘만들어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내년 정부 R&D 예산이 역대 최대”라며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투입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7조4000억원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임상에 직접 투입되는 자금은 131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자유공모’ 등 기초연구 지원 7조3000억원, 소재·부품·장비 R&D 2조1000억원 등이다.

    내년 정부 R&D 27조4000억원은 올해보다 13%(3조1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상당한 증가폭이다. 하지만 본지가 ‘역대 최대’라는 R&D 증액 세부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예산총괄과에 문의하니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100조원이라는 숫자를 위해 꿰맞춰 늘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다. 부의장인 염한웅 포스텍 교수, 간사인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KAIST 교수)을 포함해 산·학·연 전문가 12명이 참여한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대통령 자문회의라면, ‘100조’라는 단어에 집중하기보다 기업들이 수십 년 쌓아올린 70조원의 의미부터 평가하는 게 순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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